이보영의 고전 다시읽기 '뜻밖에 찾아온 여행 같아'
이보영의 고전 다시읽기 '뜻밖에 찾아온 여행 같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7.29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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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보영의 독서에세이 『사랑의 시간들』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인생에 정답이 있으면 좋으련만, 살면 살수록 세상사는 의문투성이다. 내가 그리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내 마음 갖지 않아서 울적해 지기도 하고, 변해가는 내 모습에 흠짓 놀라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이 사막일 때 나는 어린왕자를 찾아간다.’ (32쪽)

 배우 이보영의 독서에세이 『사랑의 시간들』(예담. 2015)에서 어린왕자를 소개하는 글이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책 읽어주는 역할을 잘 소화한 덕분인지 이보영이 선택한 23권의 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의 한 장면

책이 주는 기쁨과 위안을 아는 그녀가 선택한 23권의 책 가운데 특별하게 기억되는 책은 이렇다. 내면 깊은 속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김형경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고독한 예술가의 삶을 아름답게 전한 빈센트 반 고흐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반가웠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군대 왕따 문제를 다룬 이동원의 『살고 싶다』는 읽고 싶은 책으로 메모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책을 통해 차마 말하지 못한 아픔과 사소한 상처를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보영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속 ‘제제’를 보며 드라마 주인공 ‘서영이’를 떠올렸던 것처럼 말이다. 예고 없이 날아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분노를 키우며 힘들던 시절에 대해 털어놓고 싶었던 건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책 속의 인물에 빠져들어 동화되면서 잠시 고통을 내려놓기도 하니까.

 ‘부디 지친 자신에게 소중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내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 주기를. 평생 나를 속여왔구나, 정직하게 슬픔을 마주보지도 고통을 표현하지도 못했구나, 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기를. 나의 슬픔, 나의 슬픔을 알아봐주고 말을 건넬 때 고인 물이 흐르듯 인생 또한 흘러간다.’ (50쪽)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말하고 책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보영의 글에서 그런 진심이 엿보인다. 좋은 책을 같이 읽고 싶은 수줍은 마음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 글은 읽는 이에게도 행복이 된다. 책을 좋아하는 이는 물론 이제 막 책이라는 취미를 갖게 된 이에게 책이라는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느 나이에 읽느냐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달라진다는 것은 책이 지닌 신비로움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어릴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는다. 의무감으로 읽었던 그때와는 울림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마치 다른 책을 새롭게 읽고 있는 것만 같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기에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맛본 후에야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을 그때 뭘 안다고 끌어안고 있었을까.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뜻밖에 찾아온 흥미로운 여행과도 같다.’ (62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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