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강원래
31. 강원래
  • 북데일리
  • 승인 2007.04.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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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시인, 장수명>(멘토press. 2007)

[북데일리] 가수 강원래는 얼마 전 부천시 중동 중흥중학교 앞,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를 찾았다. 주변에 별다른 구경거리도 없는 작은 구멍가게를 방문한 이유. 매표소 주인 장수명 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저는 컵라면 하나 먹고, 그 친구는 맥주 한 잔 마시고. 그렇게 앉아서 이야기하다 왔어요.”

최근 KBS에서 만난 강원래는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던 듯, 웃음 띤 얼굴로 당시를 회상했다. 핸드폰으로 장 씨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한 장 한 장 보여주면서.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건 좀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씨는 몸이 불편한 소아마비 장애인. 몇 해 전 강원래가 진행하는 장애인전문프로그램 ‘사랑의 가족’(KBS 2TV 월~목 오후 4시))에 그가 출연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던 어느 날, 장 씨가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시인, 장수명>(멘토press. 2007)란 책을 보내왔다. 악전고투의 삶을 살아온 그가 조심스럽게 펴낸 자기고백서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 사람이 겪은 힘든 과거, 매표소 운영을 통해 뒤늦게 찾은 희망을 느낄 수 있었어요. 궁금해지더라고요.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 곳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매표소에 다녀온 후 강원래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1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장 씨를 보고, 새롭게 원기를 충전할 수 있었던 것. 도전의식까지 커진 덕분에 휠체어를 타고는 처음으로 육교에 오르기도 했다. 장 씨가 책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장소라고 고백한 바로 그 육교였다.

강원래가 절망의 나락에서 허우적대는 사람, 자신 혼자만 힘들다고 푸념하는 사람에게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시인, 장수명>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수명 씨는 비록 장애를 지녔을지언정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산 사람이거든요. 배울 점이 많죠.”

사실 강원래는 독서를 즐겨하지 않는다. 도리어 ‘책맹’에 가깝다. 그런데 ‘사랑의 가족’ MC가 되면서 유독 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대부분 방송이 연결시켜준 책들이다.

그가 추천한 또 다른 책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아이올리브. 2004)과 <인생은 원더풀>(다산책방. 2007)은 ‘사랑의 가족’ 출연자들의 이야기. 전자는 뇌혈관 기형을 앓고 있는 꼬마시인 장유진 양이 출간한 시집이고, 후자는 1천회 방송 중 감동적인 사연 29가지를 엮은 책이다.

특히 강원래는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에 담긴 유진 양의 밝고 긍정적인 사고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진이 시 중에 가래침을 올챙이로 표현한 작품이 있어요. 더러운 가래침을 예쁘게 보는 시선이 놀라웠죠. 저는 그 나이 때 그러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담배를 필 수 있을까, 술을 마실 수 있을까, 그런 고민만 했죠.”

가슴에 꿈을 품은 사람은 아름답다. 장애라는 역경 앞에서 주저앉기보단 힘겹지만 일어서길 택한 사람들, 강원래와 그가 권한 책 속 주인공들이야말로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닐까.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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