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금리 대출이 낳은 P2P 대출 '렌딧'
은행 고금리 대출이 낳은 P2P 대출 '렌딧'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06.26 2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받은 첫 P2P스타트업 렌딧 김성준 대표
▲ 렌딧창업자 김유구 이사(좌측부터), 김성준 대표, 박성용 이사 (사진=렌딧)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유학생 김성준(31)씨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을 떠난지 5년이 넘어 신용정보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저축은행이었다. 2시간가량 상담을 받고 10여장의 서류에 사인을 했다. 저축은행은 성준씨에게 연간 이자율 20%를 제시했다.

신용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연 20%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불합리함을 느꼈다. 성준씨는 미국 렌딩클럽(미국 P2P대출서비스 업체)에 접속해 대출을 시도했다. 렌딩클럽이 성준씨에게 제시한 대출금리는 연 7%. 3분만에 홈페이지 클릭 몇 번으로 얻은 결과다.

성준씨는 한 발 더 나갔다. 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생각을 했다. 결국 올해 초 P2P대출 스타트업 렌딧(lendit.co.kr)을 창업했다. 김성준 대표는 "은행금리 5%이하와 저축은행·대부업 20%이상 고금리 사이에 있는 금리 사각지대 이용자들이 중금리로 돈을 빌려 쓰는 금융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금리 사각지대 대출자 덕분에 렌딧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4월부터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후 이달 22일 기준으로 누적 대출액이 6억원을 넘어섰다. 광고 한 번 한적 없지만 지인과 폐이스북 등으로 대출 문의가 쏟아진다. 일손이 딸려 3명으로 시작한 인력을 9명으로 늘렸다.

김 대표는 "중금리 대출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예상을 뛰어넘어 일손이 부족할 정도”라며 “대출 신청자들을 보면 저축은행 등에서 소액연체해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신용거래 정보가 부족한 평범한 2030 직장인들"이라고 말했다.

개인 간 대출 거래를 의미하는 P2P대출은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대출 희망자는 대부업체보다 낮은 평균 8%대 저금리로 대출 받고 투자자는 은행금리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렌딧이 제공하는 대출금액은 200만~3000만원으로 1년부터 5년까지 상환기간을 정할 수 있다. 금리는 연 4.5~15%다.

렌딧은 다른 P2P업체와 자금운용이 다르다. 투자자와 대출자 중개 역할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가 렌딧에 투자하면 렌딧이 자금을 운용·대출한 뒤 이자 수익을 투자자와 나눈다. 렌딧이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대출이 가능한 사람에게 대출해주고 리스크는 렌딧이 최소화한다. 김 대표는 "P2P에서 투자자와 대출자가 직접 거래할 때 생기는 미상환 위험을 투자자가 떠안는 문제를 보완한 것”이라며 “대출자에게는 만족을 투자자에게는 안정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렌딧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회사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 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렌딧은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한 첫 P2P업체다. 알토스벤처스는 투자이유에 대해 “다양한 P2P대출업체를 만나며 건강한 대출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창업경험과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렌딧이 금융혁신을 이뤄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좋은 동료를 만난 덕분”이라며 투자유치에 대한 공을 동료에게 넘겼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원 시절에 만난 빅데이터 전문가 박성용 이사(33), 금융 전문가 김유구 이사(34)를 만나 렌딧을 창업했다. 두 사람 모두 삼성화재 출신이다. 삼성화재에서 박 이사는 보험상품 기획을 김 이사는 신용대출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인텔에 매각된 얼굴인식 전문업체 올라웍스(Olaworks)의 창업 멤버였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전자상거래 회사를 창업하는 등 미국과 한국에서 창업을 경험했다. 카이스트와 미 스탠포드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디자인은 여러 분야의 사람이 모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이라며 "창업도 디자인을 하는 과정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렌딧이 대체 금융모델이 되기를 꿈꾼다. "대출 금리이자가 5%이하와 20%이상으로 구분되는 간극을 합리적 금리로 이어주는 대체금융으로 만들고 싶어요. 신용등급 3~6급의 서민들이 중간금리 대출을 이용하도록해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