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저가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은 우리 삶과 부쩍 가까워졌다. 점심에 먹은 먹음직스러운 음식,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예쁜 가게, 새로 구입한 옷 등 개인의 사소한 하루하루가 렌즈에 포착된다.
이제 사진은 더 이상 특별한 기록이 아니다. 일반인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프로 못지않은 아마추어 사진가가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메라를 필수품으로 들고 다니며, 촬영을 생활화하다 보니 실력이 부쩍 향상한 것. 촬영 기술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사진 동호회의 활성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하지만, 이처럼 사진촬영을 취미활동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지닌 맹점이 하나 있다.
이와 관련 사진작가 김홍희(48) 씨는 `북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방식에 고착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어깨너머 배우거나 촬영법에 대한 책으로 독학을 합니다. 즉 기술만 습득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 2~3년 정도 지나면 더 이상 성장하기가 힘들어요. 사진을 좀 더 잘 찍고 싶다면 기술보다는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즉,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이전에 기본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어 그는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진역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이야기>(푸른세상. 2003)는 김 씨가 강력 추천한 학습교재. 사진의 역사 160여 년을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하고 각색한 책이다. 사진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기본을 숙지한 후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은 독자에게는 <나는 사진이다>(다빈치. 2005)를 권한다. 김 씨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 사진가로서, 몇 걸음 앞서 사진을 배운 선배로서, 사진을 찍을 때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와 기술적인 방법들을 직접 정리해 들려주는 책이다.
그는 “내가 쓴 책을 추천하기가 못내 쑥스럽지만 몇 십 년 사진에 빠져 살면서 느낀 것, 체득한 노하우를 담아냈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책을 가지고 공부할까. 사실 김 씨 자신은 사진 관련 서적은 읽지 않는 편이다. 이론보다는 실전을 통해 배워 나가는 스타일이기 때문.
그가 밝힌 애독서는 예상 외로 <성경>, 그 중에서도 ‘욥기’다.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펼쳐듭니다. 시련에 봉착한 사람, 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은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합니다.”
독특한 독서법도 공개했다.
김 씨는 책을 읽을 때 반드시 본문을 한 두 단어로 요약해 페이지마다 적어둔다. 다음에 다시 펼쳤을 때 이 단어들만 쭉 훑어 봐도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 재독(再讀) 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경제적인 비법이다.
올 6.7월 경 몽골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 그곳에서 갖은 명상과 사색을 엮어 책을 낼 예정이라는 김홍희. 사진과 책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그가 내는 ‘사진 책’이기에 어떤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