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은 횟집요? 해적단을 클릭하세요"
"물 좋은 횟집요? 해적단을 클릭하세요"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05.2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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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 가이드 SNS서비스 '인어교주 해적단' 윤기홍 대표
▲ 수산시장 가이드 SNS서비스 '인어교주 해적단' 윤기홍 대표

[화이트페이퍼 =김은성 기자] 첫 스타트업은 패션몰이었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가 만든 회사였지만 투자유치에 실패했다. 모은 돈도 전부 날렸다. 동료도 흩어졌다. 임신한 아내의 배가 부풀어 올랐다.

호구지책으로 다시 준공기업에 입사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행복하지 않았다. 창업교육센터를 다니며 또다시 스타트업을 준비했다. 입덧을 하던 아내는 회를 찾았다. 인터넷에서 수산물을 검색했지만 정보가 없었다. 수산시장 가이드 SNS서비스 ‘인어교주 해적단’의 시작이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는 쾌감이 있어요. 진짜 제 인생을 사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인어교주 해적단 윤기홍(사진·33) 대표의 목소리는 들떳다. 그는 "회사도 수산시장도 저도 함께 성장하는 걸 체감하면서 매 순간 순간이 설렌다”고 했다.

인어교주 해적단(blog.naver.com/ostwee)은 '푸드테크'(Food Tech) 커뮤니티다. 우수 횟집을 소개하고 매일 바뀌는 수산물 시세를 폐이스북, 카카오톡, 블러그로 공유한다. 상인에게는 홍보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직원 4명이 직접 발로 뛴 시장 ‘취재노트’가 주기적으로 서비스된다. 이를 보고 횟집을 방문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윤 대표는 “매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알려주며 소비자가 정보를 찾아 발품 파는 불편함을 덜게 했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와 정직한 맛집을 잇는 오작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이트가 문을 연지 1년 5개월. 현재 180여개의 수산물 점포가 입점했다. 매일 평균 5000여명의 소비자들이 방문해 수산물 시세를 확인하며 맛집 매장을 상담한다.
 
인어교주 해적단을 보고 '2030 세대'들이 수산시장에 찾아들자 상인들이 달라졌다. 윤 대표를 사기꾼 취급하며 인사도 받지 않던 상인들이 먼저 온라인 입점을 문의하기 시작했다.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모델도 생겼다. 제휴를 맺고 입점한 매장은 매출에 따른 회비를 매달 내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인어교주 해적단은 ‘배달의민족’과 지난 3월부터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음달엔 인어교주 해적단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이 나온다. 첫 번째 사업 실패에 비하면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비결이 뭘까. 윤 대표는 신뢰를 꼽았다. 그는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한 사람이 계속 믿고 찾게 하기 위해 상점의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소비자들의 작은 반응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며 "신뢰가 쌓이자 수익 모델이 따라왔다”고 전했다.

사각지대를 파고 든 것도 적중했다. 윤 대표는 “수산물은 품질 관리가 어려워 온라인 사업을 하기 쉽지 않다 보니 경쟁자가 없었다”며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상하지 못한 효과도 나타났다. 인어교주 해적단의 활동이 수산물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그는 “수산시장을 방문한 2030 소비자들을 보며 상인들이 활력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신이 난다”며 웃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2030에 국한됐던 소비자층도 4050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어교주 해적단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의 목표는 두 가지다. 인어교주 해적단을 행복한 일터로 만드는 것과 세계 수산시장을 잇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는 “수산시장 가이드 SNS는 롤모델이 없어 아직 뚜렷한 사업모델을 규정해 놓지 않았다"며 "해적단이라는 이름처럼 앞으로도 계속 겁없이 도전하며 탐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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