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 VOD] “제일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펑고야”, 영화 ‘파울볼’
[찾아라 VOD] “제일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펑고야”, 영화 ‘파울볼’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5.05.28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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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구단 고양원더스 3년간의 기록

[화이트 페이퍼=박진희 기자]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스포츠를 즐기는 여자의 매력을 가감 없이 담았다. 동명의 책이자 원작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주인공 주민아와 노덕훈 사이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오작교 역할은 더욱 세밀하다. 축구 얘기가 그토록 섹시하고 맛깔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소설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배구 열혈 팬임을 자처해 온 나는 10년 쯤 전에 야구를 알았다. 프로배구 시즌인 겨울이 지나면 좀처럼 흥미를 당기는 취미 생활이 없을 때 쯤 만난 게 야구였다. 당시 LG트윈스 열혈 팬이었던 남자친구를 따라 잠실야구장을 들락거리다보니 팀의 색깔이 보였고, 선수의 면면이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나에게 야구에서의 안타는 배구에서의 스파이크와 같은 카타르시스다. 배구에 비해 대중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어색한 사람들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야구는 주효했다. 때론 ‘아내가 결혼했다’ 주민아가 만끽하던 경외의 시선도 느껴졌다. “여자와 이렇게 심도있게 스포츠 얘기를 하다니…”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이 때문인지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을 VOD로 만났을 때, 잠깐 지적 허영심이 발동 했다.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독립구단이야기가 나의 야구 지식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보기 좋은 오산이었다. 지금은 해체된 고양 원더스의 3년을 담은 이야기 파울볼에 어줍지 않은 야구지식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허세다. 고양 원더스 출신 프로 선수들의 성적을 따져보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적 시선으로 이 작품에 접근하는 것은 어리석다. 오히려 인물 한 명 한 명의 스토리를 쫓아가며 담담하게 사색에 젖는 게 이 영화를 대하는 자세일지 모른다.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이 택배 기사 출신 혹은 헬스 트레이너 출신 등 다양한 곳에서 집결한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인생 역경을 헤아려야 했다. 오합지졸(이라는 말은 거슬렸지만)들의 근성 있는 열정에 감동해야 했고, 끝내 팀을 지키지 못한 눈물에 먹먹해야 하는 영화다.

다큐멘터리이되 잘 짜인 시나리오에 기초한 영화보다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 여기에 있다. 인생 영화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내 인생 혹은 두드러지지 않는 내 인생… 누구나 내 인생에 대한 평가는 후하면서 동시에 평가절하하기 마련이다. 그 아이러니 속에서 좌절하거나 자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 파울볼에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 

지난 3월 파울볼 언론 시사회 당시 김성근 감독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깊이를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가 지금 뭐가 제일 하고 싶은 줄 알아? 펑고 치고 싶어”

영화 말미, 술잔을 기울이던 70대 노장 감독이자 야구의 신이라 불린 사나이의 바람에 이 영화와 인생의 많은 것이 담겼다.

“영화나 야구나 인생이나 어디에나 위기가 있고, 실패가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기회는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영화를 내 놓은 김성근 감독 아니 인생 70년 선배의 지혜는 간략했다.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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