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분열 조장하는 비생산적 정책 중단해야"
"건설업계 분열 조장하는 비생산적 정책 중단해야"
  • 최상호
  • 승인 2015.05.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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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호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 정부 특혜성 지원 방안 그만둬야
▲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

우리나라 건설업계 상황을 보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형국이다. 항상 대립해 온 종합건설업계, 전문건설업계가 건설산업이라는 한 배에 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이해가 상충되는 관계더라도 위기에 처하면 서로 도울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배를 탄 자들이라고 하는데 최근 건설업계를 보자면 건설경기 침체라는 풍랑 앞에서 정부가 야기한 불필요한 업역 갈등으로 두 업계가 배가 뒤집히는지도 모르고 싸우고 있는 모양새이다.

우리 건설산업은 지난 1976년 종합공사업종과 전문공사업종 체계가 도입된 이래 2개 이상 전문공사가 복합된 공사(종합공사)는 종합건설업자가 단일공종 공사(전문공사)는 전문건설업체가 수행하도록 구성돼 있다. 

그런데 최근 복합공사에 대해 소규모라는 이유만으로 전문건설업자에 시공자격을 부여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국회, 정부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토교통부에서는 업계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소규모 복합공사의 규모가 규정돼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의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상태다. 국토부는 ‘칸막이식 업역 규제의 유연화’와 ‘발주자의 선택권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공사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중소 종합건설업체는 이 제도로 인해 오히려 기존 시장으로부터 퇴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실상 진입장벽을 높이는 ‘경직적’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 발주자의 선택을 종합건설업체에서 전문건설업체로 이전시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주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 또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특히 규제완화는 품질과 안전의 담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값비싼 대가를 치뤄가며 경험했지만 계속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등록 기준상 기술사, 기사 등 건설기술자 한명 없이 기능인력만으로도 일하는 전문건설업체에 공사를 일괄적으로 맡기면 시설물의 안전·품질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이다. 

물론 전문건설업체 역시 충분한 시공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어 문제될 것 없다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2종 보통면허를 지닌 사람이 우수한 운전실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대형버스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일 종합공사에 대한 충분한 시공능력을 갖췄다면 해당 종합공사업으로 등록하고 일을 하면 되지만 무조건 떼쓰기로 일관하는 것은 건설생산 체계를 왜곡시킬 뿐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건설업체가 복합공사를 하면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재정·관리능력이 부족한 전문건설업자는 노임 및 대금체불 문제 등이 발생할 확률이 월등히 높아서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전문건설업계는 전문건설업자를 모두 불량 업자로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에 앞서 직접적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지 않은 건설노조, 건설기계 업계가 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에 대해 부득불 반대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현재 종합건설업체, 전문건설업체, 자재 및 장비업체 할 것 없이 건설 관련 업체들은 모두 다 건설시장 축소와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계에 대한 특혜성 지원방안으로는 경영난이 개선될 수 없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정부는 더 이상 산업 내 갈등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지금부터라도 건설산업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건설물량을 확대하고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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