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리와인드] 재즈에 김장훈을 입히다..김장훈스러운 소극장 한풀이
[콘서트◀리와인드] 재즈에 김장훈을 입히다..김장훈스러운 소극장 한풀이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5.05.24 00: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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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 23~24일 홍대 클럽 ‘디너쇼’..재즈 콘서트에서 세월호 토로

 

[화이트 페이퍼=박진희 기자] 참 김장훈 다운 공연기획이다.

김장훈은 매 공연마다 수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규모를 과시하진 않는다. 욕심내지도 않는다. 전국의 종합경기장을 순회하는 슈퍼급 콘서트를 마다하지 않지만 이번 ‘디너쇼’처럼 100~200명 규모의 소극장 공연에도 늘 후한 마음을 쓴다.

23일 밤 8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라이브 클럽 AMP에는 김장훈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인기 가수의 공연이 있지만 들뜬 팬들의 잰 걸음으로 일대가 들썩이지도 않는다. 가수의 나이만큼이나 관객도 이미 들뜬 청춘은 지난 탓인지 객석이 묵직하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김장훈은 “아직도 안 해본 공연이 있다니…”라고 독백했다. 그만큼 자칭 ‘공연킹’ 김장훈에게 특별한 공연은 정복하지 못한 산과 같은 신비를 경험하는 일일지 모르겠다.

▲ 무대 뒤를 보는 듯 한 공연, 그 김장훈스러움

김장훈은 디너쑈에 인간 김장훈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재즈를 콘셉트로 한 디너쇼에서는 인기 재즈곡과 자신의 히트곡을 재즈로 편곡해 선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광대 김장훈이 돌연 우아해진 것은 아니다. 연주와 창법은 재즈이지만 평소 록을 지향하던 그의 거친 목소리는 팬들의 갈증을 충분히 적셔주었다.

새로운 콘셉트의 공연이지만 김장훈스러움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수다스러웠다. 팬들 앞에서만 할 수 있는 투정과 고자질도 어김없이 곁들였다. ‘서울 그 곳은’을 개사 해 부른 오프닝에서는 그간 받아왔던 외압과 자신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결국 “그래도 난 간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의 패기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 49세의 것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재즈곡”이라고 소개하며 부른 ‘Don't Know Why’, ‘Fly to the Moon’을 제외하고는 ‘나와 같다면’, ‘사노라면’, ‘그것만이 내 세상’, ‘사랑, 사랑’ 등은 재즈버전으로 편곡했지만 여전히 김장훈 식 샤우팅을 가미해 무대를 꾸몄다. 가사의 의미와 그에 담긴 에피소드까지 상세히 설명한 ‘I Love You’와 ‘Honey’를 부를 때는 적지 않은 관객이 눈가를 적셨다.

“공연을 하면서 관객을 본다. 아까 ‘I Love You’ 부를 때 눈물 흘린 관객을 봤다. 혹은 울고 있지 않지만 우는 관객도 보인다. 이만큼 했으면 웃을 법도 한데 여전히 무표정한 관객도 있고… 그럼 난 생각한다. 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그러면서 나 또한 행복감을 느낀다”

무대 위에서 제일 편안하다는 김장훈은 그 마음을 관객에게도 전달하고 싶어 한다. 분노, 서러움, 슬픔…모든 감정을 자신의 공연에서 표출해 내고 정화된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뮤지션의 마음이다.

소극장에서 김장훈은 그래왔다.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썼다. 가끔은 미성년 관객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사비를 털어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맥주를 나눠 마셨다. 취기 오른 그의 목소리에는 더 깊은 감성이 묻어난다.

공연 중간에 연출이 떠오르면 그 즉시 무대에 적용하기도 한다. 세션과 호흡이 일치하지 않으면 즉각 연주를 정지시키고 커뮤니케이션한다. 공연은 통째로 마치 무대 뒤편을 보는 듯하다. 관객의 관음욕구까지 해소해 주는 자연스러움이다. 그것은 곧 가장 김장훈스러움이다.

▲ 구구절절, 김장훈 이야기

“고자질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기자회견도 했고 공연 때 이런 저런 마음을 털어 놓기도 한다. 요즘 페이스북에 자주 심경을 얘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불편했다.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었다. 작년에 세월호를 겪으면서 처음 사명감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정의롭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흑백이 있는 자리에 가지 않아야 할 가수 임에도 불구하고 흑백이 있는 자리에 나섰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괜찮나?’라는 것이다. 열 명 중에 아홉 명은 그런 질문을 한다. 왜 그런 질문을 받아야 하나? 화가 난다”

최근 김장훈은 방송 출연이 어려워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해 목소리를 내면서 본의 아니 게 정치색이 덧입혀 진 탓일 테다. 세무조사를 받고 프로로폴 관련 의혹도 받았다. 지난 13일 가진 기자회견때처럼 이날 공연에서도 그는 “난 깨끗하다. 관리 잘 해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계속 할 거다. 무너지면 처음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용기를 내비쳤다.

그리고는 ‘My Way’와 ‘상록수’를 불렀다. 그가 부른 노래처럼 그것이 김장훈의 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행사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걸. 수 천 만원씩 땡겼지만 왠지 내 옷 같지 않았어. 나의 팬들에 길들여지므로, 언제나 내 무대가 마음 편한 것을. 어쩌면 나는 내 마음 이해 못했지. 외압에도 기죽지 않아요. 방송 정지면 공연만 하지요. 세금 털어봐야 나올 게 없어요. 피부과 괴롭혀도 나올 게 없어요. 관리 잘 해왔거든요. 사찰해 봐야 걸릴 게 없어요. 약한 모습 보이지 않아요”

그는 오프닝 ‘서울 이 곳은’을 이렇게 개사했다. 오롯이 음악으로 제 편이 되어 준 관객 앞에서 부리고 싶은 투정이었나보다. 또한 무대 밖 김장훈의 이야기였을 테다. 객석은 강한 그가 약해 보인 순간을 고스란히 느꼈을 것이다. 때문에 토닥토닥, 등 두드려주며 그의 길을 응원할 것이다.

김장훈은 23일에 이어 2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관객을 만난다. 또 한 번의 투정 섞인 자신감으로 무대를 꾸민 뒤 올 여름 두 달 간의 장기 공연 준비에 돌입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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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2015-05-27 09:09:40
노래는 못하지만 음악이라는 거, 예술이라는 게 단지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걸까요? 여러 요소가 합쳐져 느낄 수 있다면. 물론 개인의 생각이나 스토리가 너무 만이 들어간 것 같기는 하지만...정치적이면 그냥 안보면 그만.

당짓갈매기 2015-05-24 08:00:04
저걸돈주고보냐 가수가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