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 산다는 것은 눈물투성이
[명문장] 산다는 것은 눈물투성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5.18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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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양철북. 2015)는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를 모은 책이다. 1973년 1월에 권정생을 찾은 이오덕. 그때부터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삶을 나눴다. 모든 편지가 그렇듯 사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들려주는 내용이 많다. 다음 소개하는 부분도 그렇다. 각박한 사회를 밝히는 등불 같은 글이다.

 ‘행복이라는 환상을 떨쳐 버리지 않는 한, 인간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행복하다는 사람, 잘산다는 인간들, 선진국, 경제대국 이런 것 모두 야만족의 집단이지 어디 사람다운 사람 있습니까.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슬픈 동화만 쓰겠습니다.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눈물투성이입니다. 인간은 한순간도 죄짓지 않고는 목숨이 유지되지 않는데, 어떻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한 번 웃었을 때, 내 주위의 수많은 목숨이 희생당하고 있었고, 내가 한 번 만족했을 때, 내 주위의 사물이 뒤틀려 버리고 말았던 것을 어떻게 지나쳐 버릴 수 있겠습니까?

 수만 번 되뇌어도 역시 인간은 죄 뭉치에 불과합니다. 이런 죄덩어리를 어디다 사죄받을 곳이 있겠습니까? 하느님께 용서받는다는 것도 죄입니다. 결국 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는 것도 가증할지 모르지만 울 수도 없다면 죽어야지요.’ (310쪽, 권정생의 편지 중에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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