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그림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미술가의 입장에서 그림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에 대해 모르는 초보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초심자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그림이 보인다(How to Read Paintings)>는 미술작품의 구성과 형태, 재료와 분야 전반을 다루며 그림의 디테일까지 구석구석 살펴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이 작품집에 소개된 15세기부터 21세기 명화들을 보면서 ‘그림 보는 눈이’이 생겨날 것이다. 책에 소개된 명화중에서 ‘팬지꽃이 있는 정물화’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이 그림은 1874년 제작된 앙리 판탱라투르의 작품 '팬지꽃이 있는 정물화'이다.
책에 따르면 판탱라루트는 온실에서 가져온 소박한 식물들을 자주 그렸다. 이 그림에서는 예쁜 팬지꽃이 피어 있는 2개의 화분과 팬지꽃 바구니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막 따온 듯 가지 달린 사과는 마치 초상화처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바로 첫 번째 화분에서 뻗어 나온 외떨어진 꽃 한 송이다. 부분으로 확대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이 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꽃은 관람자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이때 붓질은 꽃잎에 신중하게 적용되어서 그 안에서 변화하는 미묘한 색조를 전달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작가의 관찰력을 이해하는 동시에 팬지꽃이 사람의 끄덕이는 고개를 닮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191쪽
독특한 꽃그림이다. 작가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활짝 핀 꽃 속에 벽을 보고 있는 팬지가 묻혀 버릴 수 있는데 특징을 잘 잡아 그렸다. 판탱라투르는 어쩌면 벽을 보고 있는 팬지를 그리고 싶어 다른 꽃들을 그리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이처럼 그림을 알고 보면 그림을 보는 재미는 두 배가 된다.
책에 따르면 판탱라투르의 아내 빅토리아 뒤부르 역시 성공한 화가이자 열성적인 정원사였다. 그녀는 1874년에 이 작품을 포함해서 라투르의 31가지 정물화 구도를 목록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정물화에 뛰어나 기량을 보였고, 둘 다 마네와 드가, 모리조가 소속된 1860년대 파리 예술가의 무리였다.
'인문학의 꽃'이라 불리는 그림은 이제 우리 삶에서 취미를 넘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세심하고 친근한 설명을 담은 이 책은 우리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키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