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없는 잠자리보다... 발칙한 책
영혼없는 잠자리보다... 발칙한 책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05.06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봉규의 <남자의 독립>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불편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들의 속내라 생각하니 더욱 불편하다. <남자의 독립>(프롬북스.2015)을 읽은 느낌이다.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독립이 진정 책 내용대로라면 아내들은 이 책을 불온서(不穩書)로 단정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시사평론가로 주목 받았던 이봉규 씨다. 현재는 TV조선 황금펀치, 이봉규 김미선의 정치옥타곤 MC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방송인이다. 책날개 저자 소개를 통해 이 책의 전반적 분위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혼하라!”, “영혼 없는 섹스보다는 차라리 자위행위를 즐겨라!” 한마디로 거침없는 발언이다.

남자에게도 갱년기가 있는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느껴지는 회의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시간이나 설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저자는 현실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이라 주장하며 놀 줄 모르는 불쌍한 중년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보다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모든 기준을 ‘돈’으로 삼아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를 남자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남자들이여! 조금은 이기적이 되고 조금은 뻔뻔스러워져 보자. 아내가 돈 못 벌어온다고 타박을 주면 “요즘은 능력 있는 여자도 많더라. 남편이 못 벌면 대신 여자가 두 팔 걷어붙이고 나가서 벌어오라” 하며 맞서보자.’ (32쪽~33쪽)

서문에 따르면 영화 <국제시장>의 아버지(황정민 역)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자식에게 쓸데없이 베풀면 안 되지만 무엇보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도 부모로서 무모한 희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희생은 이 시대에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는 것.

책은 주관적인 한 남자의 인생관을 담았지만, 경쟁과 돈벌이에 찌들어 있는 남자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내용이 있다. 또한 방송인 김성경이 추천사로 소감을 전한 것처럼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한다면 아내들도 이해할 수 있을 터. 구미가 당긴다면 책을 사서 볼 일이다.

‘난 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당당해져야 한다는 토크콘서트를 준비 중인데, 이봉규는 불쌍한 남자들의 당당한 독립을 주장하니 조금 당황스럽다. 하지만 출발선이 달라도 결국 인간에 관한 애정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 노는 건 꿈도 못꾼다고 말하는 사람도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하는 남자 이봉규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