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선물로 만드는 그림산책
일상을 선물로 만드는 그림산책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5.05.0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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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중에서

“삶에는 매뉴얼이 있고, 오늘은 어제와 똑같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이 다독이며 말을 건다. 지금의 나, 그리고 다정한 이 일상이 매우 소중하다고……."-프롤로그  중에서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이정아. 팜파스.2015)는 명화와 함께 그림 같은 일상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일간지 기자, 에디터, 웹진 편집장으로 일했으며 칼럼니스트로 활동 했다. 저서로는 <경제다반사>가 있다.

책의 표지에 실린 그림은 빅토리아 시대 화가 윌리엄 헨리 마켓슨의 <주부>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그림의 해설을 곁들인다.

“부드러운 우윳빛 접시, 종처럼 대롱대롱 걸려 있는 찻잔, 소박하지만 세월의 맛이 살아 있는 나무 테이블 그리고 커다란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까지.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 설렐 만한 주방에서 한 여인이 요리를 하고 있다. 화사한 꽃무늬의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이 집의 젊은 안주인이다. 텃밭에서 방금 따온 싱싱한 야채에 직접 만든 치즈와 지난 가을에 말려 놓은 건포도를 더해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분위기로 보아 간단한 점심을 준비하는 것 같다. 샐러드를 버무리는 손길은 경쾌하기 그지 없다. 자연스레 벌어진 입술과 살짝 치켜든 새끼손가락이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164쪽

요리는 창의적인 활동이다.  삶이 건조하고 불안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저자도 요리를 즐겨한다. 막막하던 스물아홉 시절, 요리에 빠져들면서 행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요리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마음을 풀고 싶을 때 나는 요리를 한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만드는 요리도 제각각이지만 재료를 다듬고, 찌고, 볶고 하며 몰입하는 동안은 오로지 요리의 즐거움에 빠진다. 도마와 칼이 부딪히는 소리는 짜릿하고 그릴 위에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하는 소리는 흐뭇하다.(중략)바지 단추가 터져 나가는 것만 빼면 말이다.”-165쪽

우리는 위로 받고 싶을 때 행복해지고 싶을 때 무엇을 할까.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운전을 하고 누군가는 쇼핑을 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행복을 선택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 순간에 느끼는 행복은 같을 것이다.

이 그림은 다니엘 리즈웨이 나이트의 <첫고민>이라는 작품이다. 마음을 다쳤을 때 누군가 내 마음을 다독거려줄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이 그림의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전해준다.

“그림 속 여인처럼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나의 말에 ‘그랬구나.’라고 공감해주고 기댈 어깨를 빌려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선물이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친구의 마음은 절망과 슬픔을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 된다.”-109쪽

꿈꾸던 내가 아니어도 멋진 하루가 아니어도 이처럼 다정한 일상만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림의 화가, 그림 속 인물, 그림 속 단상 앞에서 현재의 내가 좀 더 자유로워지고 감사해지길 권한다. 누구의 시선에도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의미를 주고 사랑해주며 내 일상의 기쁨을 만끽해 나가기를 말하는 그림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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