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
청춘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27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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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의 『도시의 시간』

 ‘시간은 흐르고 나는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다. 지금 같은 대학생이 직장인이 될 것이다. 그마저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 것이다.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되는 것 없이 변하는 것 없이 완성되는 것도 나아지는 것도 없고 깨닫고 나아가는 것도 없다. 그것만은 꼭 그렇게 될 것이다.’ (46쪽)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박솔뫼의 <도시의 시간>(민음사.2014)는 제목처럼 어떤 시간에 대해 말한다. 그러니까 청춘이라 불리는 방황과 동시에 성장인 시간 말이다. 일본에서 대구로 온 우나와 우미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우나와 우연하게 친해진 배정은 화자인 나와 같은 학원에 다닌다. 그러니까 네 명의 공통점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시간이 많다는 점도 같았다. 우나와 다르게 우미는 학교에 다니고 싶었지만 미용실에 다니는 우미의 엄마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

  구속되지 않은 시간은 자유롭지만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우나는 죽은 아버지가 유산처럼 남긴 1954년에 태어나 1976년에 ‘돌핀’이라는 음반을 낸 가수 제니 준 스미스를 듣는다. 내가 학원 수업을 받는 동안 우나는 도서관에서 준에 대한 기록을 찾는다. 둘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준을 상상한다. 반면 우미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귄다. 배정은 그들 중 하나였다. 학원에서 나를 불쌍하게 봐주고 챙겨주던 배정은 우미와 사귀면서 조금 달라진다.

  소설은 하나의 노래만으로 채워진 음반처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반복된다. 준의 음악을 들으며 그녀를 좋아하던 아버지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나, 일본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고 단 한 사람의 연인을 갖고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우미, 우미를 향한 마음이 커지는 배정, 집과 학원과 거리가 전부였던 나. 계절이 흐르고 해가 바뀌어도 그들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우나의 가족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

  멈춰진 것만 같았던 네 명의 시간과 달리 빠르게 변화하는 대구의 시간을 통해 박솔뫼는 어떤 시간을 붙잡고 싶었던 것일까. 사느라 삶에서 지워진 사람들과 어떤 날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누군가가 있다. 어떤 날에 내가 모두를 알게 되듯이 누군가 모두를 알게 되는 날이 오면 나는 나도 알아 버려도 좋고 알아줬으면 좋고 알고 마음대로 그 누군가의 마음대로 나를 완전히 이해해도 좋다 좋아요 좋습니다. 그래 줬으면 좋겠다. 아주 짧은 순간 내가 모두를 이해하듯이 누군가가 길을 혼자 걷는 나를 보면 모두를 이해한 누군가는 나를 이해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172쪽)​

​ 박솔뫼의 소설은 모호하다. 그러나 이상하게 불편하거나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아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어, 그렇게 수긍하게 된다. 이상한 일이다. 소설 속 연약하고 연약한 10대의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연약하지만 연약한다는 걸 믿지 않던 시절들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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