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여공서 프리마돈나` 된 성악가의 성공 노하우
①`여공서 프리마돈나` 된 성악가의 성공 노하우
  • 북데일리
  • 승인 2005.06.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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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어느날. KBS홀에서 한 오페라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라 트라비아타`가운데 한 대목인 `비올레따의 아리아`. 몸파는 창녀인 비올레따와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알프레도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곡이었다.

오페라 여가수는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죽도록 사랑하다 끝내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대목에선 극한의 감정을 쏟다못해 눈물을 흘렸다. 관객의 박수가 쏟아졌다. 온몸의 기가 모두 소진되어 탈진한 그녀를 한 관객이 무대 뒤로 찾아왔다.

"이 곡을 이렇게 소화해내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당신의 노래를 듣는 순간, 굴절 많은 당신 삶의 이면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오페라 여가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부르는 노래 속에 스스로 감추고 싶어하는 삶의 아픔과 슬픔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그 관객을 붙잡고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녀가 살아온, 슬프지만 아름다운 볼레로 같은 이야기를.

지금은 대학교수이며 프리마돈나인 성악가 이점자(44)씨 이야기다. 이씨가 쓴 `나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고 싶다`(중앙M&B, 2001)엔 고난을 이긴끝에 꿈을 성취한 한 여성의 사연이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그녀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첫 장은 화려한 오페라 가수의 과거라고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여공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사라진 `여공`이란 단어엔 성장기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 담겨있다. 공단 여성근로자의 또다른 이름인 그들은 수출 역꾼 임에도 불구하고 밑바닥 인생으로 착취당했다. 당시 그들은 혹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 뿐 아니라 열악한 작업환경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책에 나온 한 장면.

철야 잔업을 하던 그날은 유난히 졸음이 쏟아졌다. 이점자는 꾸벅 꾸벅 졸다가 갑자기 살을 에이는 아픔에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실감는 기계의 톱니바퀴에 손톱이 끼어버린 것이다. 손은 피투성이가 됐다.

`손가락 마저 잃게되면 어떻하나. 어렵게 다닌 학교와 공장도 더 다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억울했다. 이제 겨우 돈도 몇 푼 벌고 그토록 원하던 공부도 시작했는데 말이다. 더구나 내가 가장 원하는 피아노를 칠 수 없다니... 그것은 악몽과 같았다.`

하늘의 도움이었는지 다행히 손가락은 잘리지 않았다. 당시 공단엔 산업재해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제대로된 작업환경을갖추지 않은 탓이다.여기에 여공들은 사람취급을 받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이 많았던 것.

열악한 공단에서 꿈을 꾼다는 것은 사치로 취급됐다. 먹고 살기도 힘든 나날 속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떤 이가 굴종의 삶을 살때 어떤 이는 자유를 꿈꾸며 몸부림친다. 이점자는 후자였다. 훗날 그녀는 이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시절의 고난이야 말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었다."[북데일리=제성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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