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시는 햇빛이 섞이고 짠바람이 부는 바다처럼
[책속 명문장] 시는 햇빛이 섞이고 짠바람이 부는 바다처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23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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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혼불문학상 박혜영의 <비밀 정원>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일반적으로 시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함축적 의미도 그렇거니와 학습을 통해 시를 외우고 배우기 때문이다. 문학이 일상으로 파고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시를 가사로 한 노래도 다르지 않다. 제 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의 <비밀 정원>(다산책방. 2014) 속 다음 부분처럼 말이다. 한 마리 물고기 형상을 한 자유로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순간 시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시는 노래해야 합니다. 노래가 시입니다. 시를 연주하는 것이지요. 인쇄된 시는 연주용 악보에 불과하지요. 시가 소리로 연주될 때 우리의 전 감각은 열리고 그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됩니다. 동물의 소리를 들으면 아픈지, 애달픈지, 절망적인지를 바로 느끼지 않습니까?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도 그 소리만으로 감정이 전해집니다.

 시는 햇빛이 섞이고 짠바람이 부는 바다처럼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그건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 사는 것과 같습니다.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리듬과 율동이 시를 공간 속으로 헤엄치게 한답니다. 시는 그 파동으로 전해져서 우리의 가슴을 반응하게 합니다.”

 “모든 시들은 시의 세계라는 영토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의 세계는 실재의 세상과 아주 흡사합니다. 시구와 세상의 실재 현상은 결국 하나의 몸통에서 나온 다른 팔들이지요. 시바 신처럼 시의 형상에도 한 몸에 수십 개의 팔이 달려 있는데 그 팔들은 몸이라는 하나의 현상에 대한 수많은 은유들이랍니다.” (141~142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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