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으로 치달았던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지 20여 년. 어째서 냉전 질서와 안보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걸까. <전쟁을 팝니다>(이후. 2007)는 당시에 구축된 군산복합체와 다양한 집단들이 여전히 벌이고 있는 이익과 권력 쟁탈전에서 의문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저자 켄 실버스타인은 워싱턴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좌파 저널리스트. ‘네이션’ ‘워싱턴먼슬리’ 등에 정치, 군사 문제에 관한 칼럼을 싣고 있다. 그는 책을 준비하며 절대로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 민간 무기거래상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정보 공개를 꺼리는 정부사람들에게 접근해 익명 인터뷰를 따냈다.
<전쟁을 팝니다>는 끈질긴 취재 끝에 얻은 생생한 기록이다. 책이 고발한 ‘핏빛 이윤 쟁탈전’ 가담자들의 모습은 이렇다.
▲ 정부의 소수 강경파들 - 소련이라는 위협의 실체가 사라지자 군산복합체는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소수 강경파들이 제기한 전쟁위기론 덕에 소련의 ‘대체물’을 끊임없이 창조, 극복할 수 있었다. ‘과장된’ 적들에 비해 미국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시나리오들을 쏟아 내기만 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군사기술 개발에 예산을 대폭 끌어당길 수 있었다.
▲ 민간 무기거래상 - 정부의 숨어 있는 조력자들은 비밀 첩보전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쟁 지역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군대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고객에게 은밀하게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 이들의 활약은 절대적이다. 무기거래상들은 이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 민간 군사 업체 - 전쟁의 모든 분야와 전 지역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전쟁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정부에게 유용한 수단을 제공한다. 특히 민간 업체 직원이 숨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정치적 타격을 전혀 입지 않는다는 점이 정부에게는 큰 매력이다.
▲ 군수산업체의 컨설턴트와 로비스트 - 구성원이 주로 퇴역 장교들이다. 그들은 냉전 시절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이용해 군수산업체의 이익에 이바지한다. 또한 군 복무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패한 외국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거나 회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도 한다.
▲ 냉전 시대의 전략가 ― 군산복합체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받아 냉전 시대에나 적합한 국방 외교 정책을 꾸준히 양산해 내고 있다. 공상과학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별들의 전쟁’ 형태의 미사일방어 체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가며 진행되는 여러 가지 국방 정책의 대부분이 이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가는 무기들은 여전히 전쟁터를 떠돌고 있다. <전쟁을 팝니다>는 국민의 두려움을 빌미로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군사 업체와 무기 거래상들, 든든한 배경이 돼주고 있는 냉전시대 ‘역전의 용사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다.
[김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