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는 악마적인 데가 있다
포크는 악마적인 데가 있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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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사물이나 이미지를 설명하는 방법 중 하나로 비교가 있다. 사진이나 그림 없이 어떤 사물을 글로 설명할 때는 그것의 반대 개념을 이용하기도 한다. 프랑스 최고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예담.2011)에서 포크와 스푼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평범한 도구인 포크와 스푼을 멋지게 풀어냈다.

 ‘포크는 딱딱한 음식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찌르는 도구이다. 그러나 포크를 뒤집어서 사용하면, 창살이 달린 스푼처럼 생겼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음식을 떠먹을 수도 있고, 반대로 접시 바닥에 음식을 올려놓고 으깨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스푼은 저녁에 먹는 수프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수프는 야채 국물에 빵을 찍어 먹는 음식인데, 하루의 일과가 끝난 다음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스푼이 빠르게 움직인다. 수프가 빡빡할 때에 스푼은 수프 속에 똑바로 꽂혀 있다. 수프가 뜨거우면 차게 식히느라 후후 불면서 호들갑스럽게 먹게 된다.

 포크에는 어딘가 악마적인 데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쇠갈고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악마를 표현한다. 스푼이 채식주의적 소명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포크는 육식의 상징이다. 옛날에는 ‘포크 마음대로’ 라고 불리는 식당들이 있었다. 그것은 돈을 조금 내고 냄비 속에 딱 한 번 포크를 넣은 뒤 집어낼 수 있는 만큼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반면 스푼은 심술을 부리지도 않고, 요행수에 기대는 법도 없이 활동한다. 살그머니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스푼은 액체의 표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스푼은 둥글고 오목하고 부드럽다. 그런 특성은 손수 만든 죽을 아기에게 떠먹이는 어머니의 부드럽고 참을성 많은 몸짓 같은 면이 있다.

 스푼과 포크는 각기 다른 축제 전야를 가지고 있다. 스푼은 길고 빛나는 크리스마스 저녁을 상징한다. 포크는 짧고 시끌벅적한 망년회 저녁을 관통한다.’ (99~100쪽,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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