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 배움은 불행의 경험에서 온다
본질적 배움은 불행의 경험에서 온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08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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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시프테의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아무도 모르는 비밀 장소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눈물과 슬픈 표정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그곳은 책이 된다. 책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고마운가. 고해성사를 하듯 책 속의 누군가에게 속상함을 털어놓아도 좋다. 그러니 프레데리크 시프테의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문학동네.2014) 속 이런 문장에 반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펼치지 않더라도 책을 가지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 정신이 부재하는 삶의 구역과 자유 구역의 경계선을 언제라도 넘나들게 해주는 친구가 내 손닿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57쪽)

 제목부터 철학적 명상과 울림을 안겨주는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개인적인 에세이로 열 명(니체, 페소아, 프루스트, 쇼펜하우어, 『전도서』의 저자, 몽테뉴, 샹포르, 프로이트, 로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작가와 사상가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삶을 통찰하는 철학을 배우는 시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프랑스 철학교사이자 작가인 저자가 선택한 10명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그래서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다. 저자는 그들을 상징할 수 있는 문장을 소개하며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과 사상에 동의하고 때로 반격한다. 시종일관 까칠하고 시니컬하다. 철학을 논하고 사유하는 삶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이해하려하거나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인간이 배우는 본질적인 것은 전부 불행의 경험에서 온다. 몸소 불행을 겪을 수도 있고, 남의 불행을 지켜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앎은 어떤 식으로도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 (116쪽)

 절대로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불행은 없다. 절대로 나의 불행이 타인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는 거다. 그의 말에 격하게 수긍하면서도 피하고 싶은 게 불행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견디지 못하는 감정들, 버리고 싶은 감정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한 소개된 10명의 사상뿐 아니라 ‘생은 전염병이다. 세월에 의해 허무에 감염되는 것이 생이다.’ (128쪽)란 프레데리크 시프테의 통찰력에 놀란다. 그의 방식대로 슬픔 한 조각을 마시고 조금은 권태로운 생을 살아도 좋을 것처럼 말이다. 철학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철학을 통해 상실, 고독, 고통, 죽음을 초월한 무언가를 기대하는 이라면 철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지 않은 이 책을 만나도 좋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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