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글쓰기는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
[책속 명문장] 글쓰기는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06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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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이든 첫 문장을 적어라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김영하의 산문집 <말하다>(문학동네. 2015)는 작가 김영하가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해온 인터뷰와 강연, 대담을 모은 책이다. 다양한 주제로 강한 울림을 전한다. 다음은「자기해방의 글쓰기」의 일부다.

 ‘글은 한 글자씩 씁니다. 제아무리 빠른 사람도 글자 열 개를 한꺼번에 뿌릴 수 없습니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써야 단어가 만들어지고 이 단어들이모여 문장이 됩니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이 차례대로 쌓여야 글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중요합니다.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쓰는데요. 이렇게 써나가는 동안 우리에게 변화가 생기고 이제 축적됩니다.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나 어두운 감정은, 숨어 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막상 커튼을 젖히면 의외로 별 볼일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한 글자 한 글자 언어화하는 동안 우리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것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중략)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며,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마지막 권리입니다.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세상의 폭력에 맞설 내적인 힘을 기르게 되고 자신의 내면도 직시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도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는 직장이나 학교, 혹은 가정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나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겪었거나 현재도 겪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한계에 부딪쳤을 때 글쓰기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은 여러분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닙니다. 그런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58~60쪽)

 글을 읽는 동안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나 상처를 가장 쉽게 털어낼 수 있는 게 글쓰기라는 걸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만의 첫 문장을 적어보면 어떨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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