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 날카롭고 흰 낮으로 이어지는 연푸른..
[명문장] 날카롭고 흰 낮으로 이어지는 연푸른..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0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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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올리버의 <휘파람 부는 사람>

[화이트페이퍼] [북데일리] 날마다 겪는 일이나 생각을 기록하는 글을 일기라 한다. 일기는 쉬운 듯 보여도 어렵다. 반복된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면 바라보는 풍경도 똑같다고 여긴다. 그러나 시인의 눈은 다른 무언가를 발견한다.

메리 올리버의 <휘파람 부는 사람>(마음산책. 2015) 문장을 읽노라면 황홀경에 빠지고 만다. 평범한 듯 특별하면서 비범한 문장에 감탄한다.

‘나는 이른 시각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세상의 거대하고 긴박한 어둠 속에서 출발한다. 집은 무척이나 춥다. 겨울은 향로를 흔들며 마을을 돌아다니지만, 그 향로에서는 연기나 향내는 나오지 않고 소금과 눈雪의 불쾌한 쇳소리 같은 솔직함만 나온다.

나는 어둠 속에서 옷을 입고 서둘러 나간다. 잠이 덜 깬 개들이 몇 발짝 따라오다가 사라진다. 물이 차갑고 단단한 모래에 활기차게 부딪친다. 나는 그것이 바다가 말하는 언어라도 되는 양 귀 기울여 듣는다. 하늘엔 별도 없고 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밀물이 들려오는 걸 알 수 있다.

바다가 노래하듯 말하고, 가로등과 부두의 주황색 불빛 덕에 조금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가느다란 은빛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 레이스를 흔들어 과시한다. 이따금 개들이 행복한 발로 모래밭을 질주하다 돌아온다. 우리가 다시 방파제에 이르러 마당을 건너기 전에 밤은 지나가버렸다. 우리는 집 문 옆에 서 있다. 우리는 날카롭고 흰 낮으로 이어지는 연푸른 반도에 서 있다. 작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장미 덤불 아래서 뛰어간다. 개들이 기분 좋게 짖어댄다. 날마다 하루가 이렇게 시작된다.’ (137~138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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