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전쟁, 알고보면 '차남'들 때문?
십자군 전쟁, 알고보면 '차남'들 때문?
  • 한지태 기자
  • 승인 2015.03.20 12: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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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기 상속법이 원인이라는데...

[북데일리] 러시아 화가 ‘블라디미르 쿠쉬’의 전시회 <환상세계로의 초대>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2014. 12. 23~2015. 4. 5)에서는 초현실주의의 거장이자 ‘러시아의 달리’로 불리는 쿠쉬의 미공개 작품 170여 점이 공개되었다. 회화 뿐 아니라 오브제와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Sunrise by the ocean>, <Breakfast on the lake>

쿠쉬는 기발하고 위트있는 구성, 세밀한 사실주의, 반짝이는 은유가 빛을 발하는 작품세계를 지녔다. 거의 모든 그림이 관객에게 탄성을 짓게 하거나 미소를 머금게 한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창의성 영역에 깊은 인상을 준다.

그의 작품 중에 ‘십자군(crusades)’이 있다.

이 작품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해변에 대형 물고기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체가 중무장한 병사들의 행렬이다.

전시회에 비치된 책 <환상의 세계 쿠쉬>에 따르면 작가는 이를 예수님을 상징하는 물고기로 표현했다. 초기 기독교인이 사용하던 기호 중 하나다. 전투병의 방패는 바다와 하늘의 평화로움을 반영하는 파란색으로 채색했다. 구름은 하늘의 예루살렘의 궁과 타워를 연상하도록 묘사했다.

십자군은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한 종교전쟁이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인간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책은 이 십자군에 대해 “새로운 영토 지배의 야망, 경제적 이익에 대한 욕망, 봉건사회의 중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희망(농민)과 같은 복합적인 이해가 얽혀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핀볼효과>에 보면 이 십자군의 추동력에 대해 다른 근거를 댄다. 십자군의 발단은 상속법이라는 것이다. 당시 법은 장남이 유산(특히 토지)을 모두 독차지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차남’들은 교회에 들어가 성직자가 되거나 ‘백수’가 되었다. 이들로 인해 난동이 일어나자 당국은 마상경기를 열었다. 말을 타고 싸움을 하여 이기면 출셋길이 열렸다. <핀볼효과>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11세기에 이런 사소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십자군이었다. 이 모험은 장남이 아닌 아들들을 거리에서 중동행 배로 일거에 내몰았다.” 104쪽

그러나 이미 알려졌듯이 십자군 여정은 처절했다. 물이 새는 배를 타고 가던 전사들이 풍랑과 해적 사이에서 물고기 밥이 되었다. 쿠쉬의 ‘십자군’은 언뜻 보면 <노인과 바다>의 청새치를 연상하게 한다. 노인은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지만 마지막 남은 것은 머리와 뼈 뿐이다. 쿠쉬의 물고기가 딱 그런 형상이다. 어쩌면 쿠쉬는 뼈만 남은 앙상한 물고기를 통해 십자군의 진실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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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영 2015-03-26 18:28:10
세상이 이유 없이 그런 일이 없네요. 차남들이 전쟁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