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멈추라! 아리송한 옳은 말
배움을 멈추라! 아리송한 옳은 말
  • 김재관 시민기자
  • 승인 2015.03.16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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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북데일리] TV채널을 돌리다 강연프로그램에 멈춰 섰다. 때마침 강연자가 열변을 토해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강연의 마무리 멘트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워야 할 게 아니라 배움을 멈추고 자신을 위한 생각을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TV속 청중은 강연자에 대한 박수를 잊고 의아한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누구나 인생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라고 듣고 배워왔다. 그런데 배움을 멈추라니. 저자의 다른 해석이 청중을 당황스럽게 한 셈이다. 그 강연자를 책으로서 다시 만났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이다. 저자는 최진석 서강대 교수. 문득 TV속의 예전 강연 장면이 떠올랐다.

책을 읽다보니 앞선 저자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노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명이다. 공자와 더불어 동양철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공자의 인위사상과 다른 무위사상을 주장한 인물로 자주 거론되었다. 노자의 대표적 사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굳이 표현코자 한다면 ‘자연으로 돌아가 무위로 사는 것만이 인간현실을 구제하는 길’이라 하겠다. 이러한 노자를 통해 저자가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거룩함은 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서 있는 바로 여기가 거룩함이 등장하는 원초적 토양입니다. 이상적인 삶은 저 멀리 있는 곳에 도달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착실한 발걸음일 뿐입니다. 저 먼 곳에 인위적으로 걸어 놓은 기준을 추종하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자기 자신에 집중해야 합니다.” - P300

인위적이지 않은 삶, 타인의 생각과 지식을 담아놓은 공부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메시지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인문학 공부법도 타인의 생각을 추종한다. 그러나 저자는 ‘노자는 어떻게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됐을까’ 라는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정보전달이 아니라 인문적 사고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저자의 또 다른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삶의 방향은 바로 생각의 방향이고, 가치의 충돌은 생각의 충돌이며, 제도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와 직결됩니다. 다시 말해 생각을 추적하는 일이 삶을 추적하는 일이고 결국 인간의 정체를 추적하는 일이 되는 겁니다.” - P18

인문적 사고는 바로 생각의 힘이다. 우격다짐으로 머릿속에 집어넣는 지식은 사고의 확장을 도울 수 없다. 고여 있는 물은 어느 순간 마르거나 썩게 될 뿐이다. 물이 계속 흘러야 하듯, 갇혀 있는 지식을 꺼내 생각으로 전환 시켜야 한다.

그동안 알던 노자의 철학이 저자의 독특한 사유의 프리즘을 거치니 새롭게 다가왔다. 배움을 멈추고 자신을 위해 생각하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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