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로 가니... 이주 노동자의 현실
너는 어디로 가니... 이주 노동자의 현실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5.01.26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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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떼 같은 인간의 삶

[북데일리] <너는 어디로 가니>(맥신 트로티어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노경실 옮김· 산하출판사· 2014)는 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이주노동자의 삶을 그린 그림책이다.

주인공 안나의 가족은 멕시코의 마을에 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캐나다로 가서 농장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이다. 계절이 바뀌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안나는 자신의 가족이 기러기 떼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안나는 늘 한 곳에 머물러 살고 싶어 한다.

"안나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이들은 독일어 사투리를 마치 혀로 사탕을 굴리듯 달콤하게 하지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아주 매운 고추처럼 아릿하거나, 검은 당밀처럼 찐득찐득하게 들린답니다."-본문중에서

여러나라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사람들이 쓰는 말은 다르다. 안나는 사람들의 언어를 나라의 특색에 맞게 표현한다. 또한 안나는 새처럼 떠도는 삶이 아닌 나무처럼 안정된 삶을 살고 싶어한다.

"땅속 깊이 뿌리 내린 나무처럼 되면 어떨까?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듯, 여러 계절이 내 곁은 지나는 것을 지켜보면 어떨까? 가을이 오고 잎들이 모두 떨어져 날아가 버려도, 나는 이곳에 남아 있을거야. 그리고 하얀 눈으로 덮여 잠이 들겠지. 봄이 다시 돌아와, 하는 높은 곳에서 기러기들의 울음소리가 나를 깨울때까지. 그럼 참 좋을 것 같아."-본문 중에서

하지만 안나가족은 가을이 되자 다시 멕시코로 떠난다.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그림책이지만 사람살이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우리도 정착과 떠남을 반복하며 산다. 때로는 직장을 옮기고 결혼 하여 새로운 가족과 만나고 이사를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난다. 낯선 환경과 낯선 언어와 낯선 사람들과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삶은 어쩌면 끝없이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인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은 '어디로 가니'라는 제목과 독특한 그림들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누군가 "너는 어디로 가니"라고 묻는다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금방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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