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고장 담양에서의 '겨울 힐링'
대나무 고장 담양에서의 '겨울 힐링'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01.26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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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소쇄원, 슬로시티를 걸으며
▲ 죽녹원 대나무

[북데일리] 영하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철, 여행이라면 역시 따뜻한 남쪽 지방이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추고 단단한 마디를 만드는 대나무의 고장 담양으로 떠난다면 어떨까.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이 잠시 쉬며 큰 위안을 얻고 또 다른 마디를 준비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지난 23일과 24일 담양으로 스터디투어를 다녀왔다. 이른 새벽 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를 빠져나가자 안개가 짙어졌다. 여행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이번 여행에서는 한국대나무박물관을 시작으로 죽녹원, 한국가사문학관, 소쇄원, 창평 슬로시티를 체험했다. 담양은 지난 14일 치뤄진 제7회 한국관광대상 시상식에서 달성과 함께 대상을 수상한 곳 답게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했다.

먼저 담양10경에 속하는 ‘죽녹원’. 이곳은 약 31만m2의 부지에 분죽, 왕대, 맹종죽 등의 대나무로 이루어졌다. ‘운수대통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8가지 주제의 산책로가 있다. ‘1박2일 촬영지’로 더 유명해졌다. 다소 삭막함이 느껴지는 겨울, 푸르름을 유지한 채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있는 대나무 숲을 걷다보면 막혔던 숨통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든다. ‘죽향당’, ‘청죽헌’, ‘운림헌’ 등 그 이름도 운치 있는 죽녹원 내의 한옥민박은 따끈 따끈한 온돌방으로 여행객들을 맞았고, 아주 정갈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 죽녹원 내 한옥민박 '취죽헌'

또한 2006년 건설교통부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한 ‘메타세쿼이아 길’도 가볼만하다. 여름과 달리 나뭇잎이 다 떨어져 갈색 나무들만 늘어서 있지만 발밑에 깔려있는 낙엽을 밟는 느낌도 푹신하고 색다르다.

▲ 메타세쿼이아 길

특히 조선시대 정원건축의 백미라 불리는 ‘소쇄원(瀟灑園, 국가명승 제40호)’도 담양10경 중 하나다. 처사 양산보(1503~1557)는 스승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된 후 죽임을 당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 지석마을에 내려와 소쇄원을 조성했다. 소쇄는 ‘맑고 깨끗하다’는 뜻인데, 양산보는 이 소쇄원의 주인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호를 소쇄옹(瀟灑翁)이라 했다.

소쇄원에서 건축물은 제월당과 광풍각 뿐이다. 제월당은 ‘달빛에 저절로 밝아지는 방’으로, 높은 양지에 있어 밝고 햇살이 따스하게 들고 조용해서 주인이 학문과 사색을 하던 곳이다. 광풍각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아 옷깃을 열어 젖히는’ 곳으로, 사방이 터져 있다. 이곳에서 손님을 맞아 시가와 주흥을 즐겼다. 긴 대나무 숲을 걸어들어 오면 닿게 되는 소쇄원은 자연과의 조화가 뛰어나 무척 운치가 있다. 그곳에 심겨져 있는 나무 한 그루, 담장에 새겨져 있는 글씨 한 줄도 그 의미를 알게 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 소쇄원 제월당

이어 가사문학관련 자료를 보관, 전시하고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이 광주호 주변에 있다. 가사(歌辭)는 시조(時調)와 함께 우리나라 고시가의 대표적 갈래다. 한문이 주류였던 조선 중기에 국문으로 시를 짓기 시작했고, 그중 가사문학이 크게 발전했다. 담양에는 이서의 낙지가,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등 18편의 가사가 전승되고 있다.

인근에는 송강 정철이 4년 가량 머물며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 많은 작품을 남긴 ‘송강정’이 있다.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국가명승 제57호). 이곳에서 송강 정철의 4대 가사 중 하나의 성산별곡이 탄생했다. ‘면앙정’(전라남도기념물 제6호)은 가사문학의 최고 백미라 일컬어지는 면앙정가를 지은 곳이다.

▲ 한국가사문학관

이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삼지내마을의 ‘창평 슬로시티’에서 달팽이 처럼 느릿느릿 걸어보기도 빼놓을 수 없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당 넓고 정겨운 민박집이 많이 있어 이 또한 가능하다. 슬로시티는 이탈리아의 도시 그레베의 전 시장 파울로 사투르니니씨가 ‘느리게 살자’를 호소한데서 비롯되었다.

▲ 창평 슬로시티

그 외 23일에는 죽녹원 내 월파관에서 ‘2015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 관람객 유치를 위한 설명회가 열렸고, 한국여행업협회와 박람회 조직위원회 간 관광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번 대나무박람회는 ‘대숲에서 찾은 녹색 미래‘를 주제로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45일간 개최된다. 죽녹원과 전남도립대 일원에서 국제교류전과 학술대회, 대나무 과학체험, 대나무 전통 민속놀이와 공예체험 같은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담양이 이번 축제를 통해 우뚝 우뚝 솟아나는 대나무처럼 또 한번 대박을 터트리기를 기원한다. <정미경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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