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 바람이 우는 겨울 순천만의 풍경
우우, 바람이 우는 겨울 순천만의 풍경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01.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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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소설<당신들의 천국> 무대 고흥의 소록도
▲ 순천만 갈대숲 탐방로

[북데일리] “저기 앞에 있는 까만 새들이 흑두루미입니다. 흑두루미 한 마리를 보면 3년간 행운이 온다는데 저기 몇 백 마리가 있거든요. 평생 가져가실 행운을 지금 가져가실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 새가 540종이 되는데 순천만에서 230종, 거의 10만여 마리가 10월 말에서 3월 말까지 월동을 합니다. 한곳에서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용산 전망대서 바라본 일몰은 우리나라 10대 일몰 중 하나입니다. 특히 겨울철에 많은 사진 작가들을 불러 모으는 곳입니다.”-순천만정원 소속 해설사

순천시는 지난 12월 17일과 18일 수도권 교회 및 언론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성지순례 스터디투어를 실시했다. 순천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와 성지순례 코스가 연계된 일정이었다.

순천만, 순천만정원,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 여수의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과 고흥에 있는 소록도 중앙교회 견학으로 이뤄졌다.

현지를 방문한 날 일행을 먼저 맞이한 것은 강한 바람이었다. 황량한 순천만 갈대숲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심장에 파고들었다. 그 바람 속에 어디선가 채 날라가지 못한 철새의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넓은 갯벌과 갈대밭으로 이뤄져 다양한 철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순천만은 특히 가을철에 장관이다. 이곳은 2006년 연안습지 최초로 ‘세계5대 연안습지’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우리나라 대표 생태관광지다.

또한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대이기도 하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바로 이 문장의 고장이다. 비록 안개 낀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무진교’를 넘는 기분은 남달랐다. 순천만 공원 주차장에서 1.5km 거리에 위치한 순천문학관은 김승옥과 정채봉의 작품세계로 꾸며져 있다.

▲ <무진기행>의 배경 무진교

이후 방문한 곳은 순천 매산등에 위치한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 이곳에서는 기독교의 전래와 더불어 전남 동부지방의 근·현대 역사와 종교에 대해 두루 알 수 있다. 카톨릭에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선교의 역사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특히, 영화 <사랑의 원자탄>으로도 만들어진 손양원 목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그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한센병(나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했고,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군에 의해 두 아들을 잃었다. 당시 손 목사는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살려내어 양아들로 삼았다. 그를 ‘복음 전도자’ 뿐만 아니라 ‘한센인의 친구’이자 ‘원수를 사랑한 자’로 부르는 이유다.

▲ 순천시 기독교역사박물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소록도 중앙교회. 소록도는 ‘작은 사슴을 닮았다’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이청준 작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사자死者의 섬’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문화재로도 지정된 ‘구 순천교도소 소록도지소 여사동’외에 여러 시설을 그 모습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자행된 환자들에 대한 인권유린 현장을 둘러볼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 소록도 중앙교회

 

100여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와 선교사들이 전해준 복음과 그들의 헌신적인 활동, 몇몇 목사님들의 훌륭한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비 종교인일지이라도 감동을 받게 된다.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코스다.

▲ 소록도의 구라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쁨 중 하나는 역시나 맛있는 음식이다. 순천에서 맛본 남도향기 가득한 꼬막정식과 간장게장, 짱뚱어탕은 일품이었다. 따스한 봄날 꼭 다시 가보고픈 곳이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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