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저기 앞에 있는 까만 새들이 흑두루미입니다. 흑두루미 한 마리를 보면 3년간 행운이 온다는데 저기 몇 백 마리가 있거든요. 평생 가져가실 행운을 지금 가져가실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 새가 540종이 되는데 순천만에서 230종, 거의 10만여 마리가 10월 말에서 3월 말까지 월동을 합니다. 한곳에서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용산 전망대서 바라본 일몰은 우리나라 10대 일몰 중 하나입니다. 특히 겨울철에 많은 사진 작가들을 불러 모으는 곳입니다.”-순천만정원 소속 해설사
순천시는 지난 12월 17일과 18일 수도권 교회 및 언론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성지순례 스터디투어를 실시했다. 순천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와 성지순례 코스가 연계된 일정이었다.
순천만, 순천만정원,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 여수의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과 고흥에 있는 소록도 중앙교회 견학으로 이뤄졌다.
현지를 방문한 날 일행을 먼저 맞이한 것은 강한 바람이었다. 황량한 순천만 갈대숲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심장에 파고들었다. 그 바람 속에 어디선가 채 날라가지 못한 철새의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넓은 갯벌과 갈대밭으로 이뤄져 다양한 철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순천만은 특히 가을철에 장관이다. 이곳은 2006년 연안습지 최초로 ‘세계5대 연안습지’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우리나라 대표 생태관광지다.
또한 김승옥 작가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대이기도 하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바로 이 문장의 고장이다. 비록 안개 낀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무진교’를 넘는 기분은 남달랐다. 순천만 공원 주차장에서 1.5km 거리에 위치한 순천문학관은 김승옥과 정채봉의 작품세계로 꾸며져 있다.
이후 방문한 곳은 순천 매산등에 위치한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 이곳에서는 기독교의 전래와 더불어 전남 동부지방의 근·현대 역사와 종교에 대해 두루 알 수 있다. 카톨릭에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선교의 역사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특히, 영화 <사랑의 원자탄>으로도 만들어진 손양원 목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그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한센병(나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했고,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군에 의해 두 아들을 잃었다. 당시 손 목사는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살려내어 양아들로 삼았다. 그를 ‘복음 전도자’ 뿐만 아니라 ‘한센인의 친구’이자 ‘원수를 사랑한 자’로 부르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소록도 중앙교회. 소록도는 ‘작은 사슴을 닮았다’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이청준 작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사자死者의 섬’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문화재로도 지정된 ‘구 순천교도소 소록도지소 여사동’외에 여러 시설을 그 모습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자행된 환자들에 대한 인권유린 현장을 둘러볼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100여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와 선교사들이 전해준 복음과 그들의 헌신적인 활동, 몇몇 목사님들의 훌륭한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비 종교인일지이라도 감동을 받게 된다.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코스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쁨 중 하나는 역시나 맛있는 음식이다. 순천에서 맛본 남도향기 가득한 꼬막정식과 간장게장, 짱뚱어탕은 일품이었다. 따스한 봄날 꼭 다시 가보고픈 곳이다.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