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때문에 문 닫은 치즈공장
'법'때문에 문 닫은 치즈공장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5.01.1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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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

[북데일리] “지혜와 풍자적 유머, 차분한 열정이 인상적으로 어우러지는 필립 하워드의 글은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정부 혁신’을 고려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뉴욕타임즈>북리뷰

<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필립K. 하워드. 인물과 사상사. 2014)는 일상을 위협하는 법 만능주의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 사회의 규제가 그들의 건국이념인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책 사업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부터 개인의 판단이 필요한 일상적 행위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규제가 불러 일으킨 폐해를 진단하다.

한국에서는 RALEO중 정부가 1998년 4월, 규제개혁위원회를 신설해서 취임 1년 만에 규제 총량의 50퍼센트를 감축한 전력이 있다. 이후 세계은행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를 모범 사례로 들어 다른 나라에 권장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지적이다. 이 책도 비록 미국 사례들을 예로 들고는 있으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크게 불거지고 있는 규제 완화및 개혁 논의에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지적들로 넘쳐난다.

책에 따르면 상거래에 필수인, 쌍방 간의 정상적 협의를 배제하는 엄격한 절차는 정부가 결점이 있는(혹은 적합지 않은) 물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한다는 뜻이다.

하버드대학의 캐네디 행정대학원은 이러한 비효율성을 고통스럽도록 낱낱이 파헤치는 조사를 실시했다. 노스페이스North Face의 예를 보자. 방한 피복과 장비 제조사인 노스페이스는 방한복 세트에 대한 정부의 품질 규격을 준수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옷감의 조각들이 서로 맞지 않았다. 그리고 지퍼는 너무 길었다(아래로 축 늘어지게 해야 하나? 아니면 반대쪽으로 돌려서 꿰매야 하는 걸까?). 이 문제들을 바로잡고 나니 이번에는 재봉실이 터져서 옷이 분리 되었다. -95쪽

법은 인간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무시하기도 한다. 법은 만사를 흑과 백의 논리로 설명할 뿐이다. 법을 어기는 사람이 눈에 띄면, 법은 반사적으로 거대한 발로 그를 짓밟아 버리기도 한다. 책에는 그 예로 ‘치즈장인’의 사례가 등장한다.

폴 앳킨스는 미국 최고의 식당 몇 곳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치즈전문가이다. 그에게 정부의 한 검사관이 쳐들어 와서 치즈를 저온 살균하는 스테인리스 통이 규격에 맞지 않으니 없애라고 지시했다. 그는 치즈는 균이 없고 깨끗하다고 판명이 났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거기에 덧붙여 “벽이 너무 거칠다, 벽에 덧칠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말했다. “가장 짜증났던 것은 ‘미리 결정된 규칙’이었습니다. 치즈의 질이 기준에 부합하다면, 어째서 치즈 생산자 마음대로 치즈를 만들면 안 되는 거죠?”. 폴 앳킨슨은 규제 때문에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치즈공장을 폐쇄했다.

책은 이 밖에도 화재로 버려진 건물에 노숙자 보호시설을 조령하려다 규제 때문에 포기한 ‘테레사 수녀’이야기와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데 정부 승인이 나지 않아 일본까지 날아간 ‘대학교수’ 이야기 등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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