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인간을 지배한다?
사물이 인간을 지배한다?
  • 한지태 기자
  • 승인 2015.01.13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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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과 함께 하는 51가지 철학 체험>의 묘미

[북데일리] 사물. 우리 주변에는 사물이 널려 있다. 책상 앞의 컴퓨터부터 책, 공책 그리고 시계까지. 시야를 옮기면 클립과 휴대전화, 이불, 가구, 선풍기 등 끝없이 목록이 이어진다. 이 사물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은 사물이 인간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믿을 수 있는가.

<사물들과 함께 하는 51가지 철학 체험>(이숲. 2014)는 사물에 관한 단상을 담은 책이다. 제목에 철학이라는 말이 들어있는 이유는 일반인의 감성과 사유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로제 폴 드루아다. 그는 1년 동안 하나의 사물을 자세히 바라보고, 성찰과 깨달음을 기록했다.

저자의 사물에 대한 생각은 독특하다. 사실 사물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개체에 대한 주목이나 애정은 급속히 떨어졌다. 예를 들면 저금통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늘 함께 붙어 다니던 꿈이라는 단어는 유실된지 오래다. 저자의 말이다.

“하지만 사물의 이런 급증이 이전과 달리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새로 유행하는 제품과 새로운 모델에 열을 올리고, 새로 지은 하이퍼마켓에서 북새통을 이루고, 은행잔고를 확인하고...”

만약 사물을 제대로 깊이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 책은 그 기록이다. 놀랍게도 사물은 먼지를 털고 일어서듯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아래는 클립에 대한 내용이다.

서류는 오랜 세월 습기 많은 시골집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클립에는 녹이 슬었다. 클립을 빼자, 종이에 움푹 팬 갈색 자국이 드러났고, 손가락에 까칠까칠한 녹 가루가 묻어났다. 하지만 클립은 악력을 잃지 않았다. 그 오랜 세월이 흐르고 녹까지 슬었건만, 클립은 원래 모습 그대로 자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생색내지도 않고, 거역하는 법도 없이 음지에서, 모략을 꾸미거나 명예를 탐하지도 않고, 무명으로, 쓸모 있게, 영웅적이지도 않고 경솔하지도 않게, 충직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클립은 우리가 지켜야 할 윤리의 일면을 보여준다. 27~28쪽.

책에는 이런 내용이 가득하다. 사물이 저자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이 결국 인간 자신을 스스로 탐색하고 이해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이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이 책은 사물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인간 자신을 이해하는 책이다.

앞서 말한 질문. 사물이 왜 인간을 통제한다고 할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이렇다.

“실제로 우리는 욕망, 일, 여가, 이동, 일상생활 등 모든 것을 사물에 의존하고 있다. 모든 것이 사물의 양, 상태, 가격, 형태, 기능에 따라 달라지고,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물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규정한다.“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새로운 눈이 생긴다. 그 눈으로 다른 사물을 바라보자. 아마 사유가 점점 깊어지며, 몰라보게 성장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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