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쓸까 '세가지 때문'
작가는 왜 쓸까 '세가지 때문'
  • 한지태 기자
  • 승인 2015.01.12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북데일리] [추천] 글쓰기에 영감을 줄 좋은 시와 글쓰기에 도움을 줄 글. 글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삼인. 2014)는 이 세 가지가 있는 책이 있다. 책 제목의 세 가지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먼저 책에는 시인 60명이 내놓은 180편의 시가 소개되어 있다. 한 시인마다 세 편이 나온다. 시인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시, 독자가 좋아하는 시, 그리고 낭독하기에 좋은 시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를 한자리에서 읽는 즐거움이 있으며 ‘대표 시’와 ‘대중 시’의 차이를 느껴보는 색다른 맛이 있다.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 온몸으로 가자 / 허공 뚫고 / 온몸으로 가자 /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 박혀서 /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고은 / 화살 부분 (17쪽)

책의 또 다른 한 축은 ‘왜 쓰는가’에 대한 소설가 8명과 평론가 4명의 답변이다. 이중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썼다’는, 보편적인 작가 공식을 깬 케이스가 눈길을 끈다. 먼저 소설가 김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릴 때 제가 살던 집에 책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동화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을, 받아쓰기 점수가 60점 수준에서 그쳤다는 것을, 긴긴 겨울방학 동안 티브이를 보느라 일기를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것을 부끄러워서 차마 고백하지 못했었습니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돌멩이를 ‘돌맹이’라고 쓰던 제가, 행주를 ‘헹주’라고 쓰던 제가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240쪽

그렇다면 김숨은 어떻게 썼을까. 아니 왜 쓸까. 그것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고, 밥 먹고 산책하는 일처럼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며, 소설이 너무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한창훈도 어렸을 때 글 잘 쓴다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봤다. 시인 김선재 역시 처음으로 글을 쓴 것은 고등학교 다닐 무렵이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엉뚱한 생각을 하거나 ‘남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을’ 따름이다.

김선재는 고등학교 때 백일장에 참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왜 쓰는가’의 문제를 설명했다. 말랑거리는 감상과 상투적 어휘들로 가득 찬 글을 쓴 경험에서 '광주' 이야기를 들으며, 낭만이 아닌 ‘리얼리즘’적인 글쓰기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 누군가에게 ‘왜 쓰는가’의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왜 쓰지 않는가‘이다.

글쓰기는 이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할 이야기가 많고, 색다른 생각을 하고, 말해야만 할 이야기가 있으면 쓰게 된다. 저마다 글을 쓰게 된 동기나 이유, 목적은 다르다. 그러나 글쓰기는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