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필사' 윤태영씨의 글쓰기 책
'노무현 필사' 윤태영씨의 글쓰기 책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5.01.05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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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하우와 고 노무현 대통령 관련 예화 눈길

[북데일리] ‘글은 머리가 아니라 메모로 쓴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윤태영씨가 쓴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책담. 2014)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적 이면과 리더십을 담은 <기록>을 펴낸 바 있다. <기록>을 통해 그는 출중한 필력을 자랑한 바 있다.

앞서 말한 메모의 중요성은 모든 글쓰기 교본에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역시 '기록'이다.

“주변 정황도 빠짐없이 기록하는 게 좋다. 날씨의 변화는 물론, 먹는 음식과 음료로부터 주인공의 작은 인상과 손동작까지 적어 놓을 필요가 있다. 비오는 날은 특이해서 기록해 놓을 수 있지만 맑은 날은 맑다고 그냥 무시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기록하는 순간에는 이 모든 게 하찮아 보일 수도 있다. ‘꼭 이런 것까지 기록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게 글 쓰는데 무슨 소용이 될까?“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겠지만 나중에는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주변의 작은 소품들이 글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나중에 글을 쓸 때를 생각해 보자.” -본문 중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글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쓴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책에는 저자의 이력답게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가 등장하는데, 그 중 일부가 그런 감정을 일으킨다.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한명숙 총리의 조사(弔辭)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 저자에게 주어졌다. 언론과 세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거운 자리를 이끄는 글은 부담 백배일 터. 남들은 슬픔에 고스란히 젖을 그 순간에 글쟁이는 글을 써야 했다!

그는 책을 통해 “하룻밤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지만 원고는 한 쪽도 채울 수 없었다. 영결식이 다가오자 더욱 초조해졌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막힌 원고를 이끈 것은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기’였다. 조사를 들을 사람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랬더니 글이 써졌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 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빕니다.”

글쓰기는 고민의 산물이다. 그런데 앞의 이야기처럼 팁을 알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이번 책에는 ‘메시지를 강요하지 말고 담담하게 묘사하라, 쓰다 보면 명문이 나온다, 과감히 삭제하느냐에 따라 글의 품질이 결정된다‘와 같이, 저자가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얻은 글쓰기 노하우가 담겨있다. 각 꼭지마다 짧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 쉽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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