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
아이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2.05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플링의 <아빠가 읽어 주는 신기한 이야기>

[북데일리]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어른들이 하는 말에 다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질문을 쏟아낸다. 그럴 때 어른들의 표정은 어떨까?

 <아빠가 들려주는 신기한 이야기>(레디셋고.2014)는 <정글북>의 저자이며 세 아이의 아빠인 러디어드 키플링이 들려주는 동화집이다. 저자는 급성폐렴으로 어린 딸을 잃고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책에 사이좋은 부녀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간다. 책은 부모가 평소 이해할 수 없던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더 넓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훌륭한 대화의 한 방법이다. 특히 아빠가 아이를 안고 읽어주는 책은 엄마가 읽어줄 때보다 아이의 감각을 자극하고, 지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자는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의 입장에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 "총명하고 재주 많은 뱃사람은 자기가 뜨겁고 깜깜한 고래 뱃속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그걸 알게 되자 뱃사람은 쿵쿵 발을 구르기도 하고, 펄쩍펄쩍 뛰기도 했으며, 여기저기를 들이대고, 데굴데굴 구르고, 뱅글뱅글 돌고, 바닥을 기면서 떠들어 대고, 울부짖다가 한숨을 내뱉고, 요란하게 춤을 추는 등 난리법석을 떨었어. 그 덕분에 고래는 너무너무 속이 안 좋아졌단다."(13쪽)​

​ 고래가 작은 물고기만을 먹게 된 이유를 실감나게 들려주는 장면이다. 이야기 속에는 아이에게 뱃사람의 기분상태를 실감나게 상상할 수 있게 의태어를 활용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뱃사람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그려진다.

​ "여자는 진흙으로 만든 작은 물렛가락에 실을 묶어 바닥 위로 끌고 다녔어. 야생 고양이는 그 뒤를 따라가면서 앞발로 물렛가락을 툭툭 치기도 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물렛가락을 굴리기도 했어. 또 물렛가락을 어깨너머로 넘겼다가 뒷다리 사이에 넣은 뒤 잃어버린 척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다시 물렛가락을 찾은 듯 확 덮치기도 했지. 야생 고양이는 아기가 울음소리만큼이나 큰소리로 웃을 때까지 계속 물렛가락을 갖고 장난을 쳤단다. 아기는 그런 야생 고양이를 쫓아 동굴 여기저기를 기어 다니며 즐겁게 놀았어. 그러더니 결국 완전히 지쳐서 두 팔에 야생 고양이를 끌어안고 깊이 잠이 들었단다."(297쪽)

​ 책은 이밖에도 코뿔소의 가죽이 왜 쭈글쭈글한지, 캥거루가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이유, 게는 어떻게 집게발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들려주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작품 속에는 영국인 부모로 인도에서 태어난 저자가 자라면서 받은 동서양의 문화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 또한 이 책은 금육, 법조, 의료, 방송 등 서로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네 명의 아빠들이 번역에 참여해 아이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아빠의 마음을 잘 전달해 준다. 이야기 마다 삽입된 신비로운 그림은 이야기의 이해와 재미를 높여주고 아이와 아빠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 오래전 외국 어느 영화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 있다. 그는 ‘나의 유전자 속에는 어릴 적 부모로부터 들은 무수한 이야기의 상상력이 가득하다’말을. 이렇듯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라는 아이의 기억창고에 고스란히 저장돼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그리는 숭고한 일이 아닐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