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너희는 소중해'
'개성 있는 너희는 소중해'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1.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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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복잡한 심리가 담긴 그림책

[북데일리]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리그림. 길미향 옮김)은 다섯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통해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어느 날, 어딘가로부터 낯선 친구가 다섯 친구를 찾아온다. 완벽한 외모를 가진 이 친구는 함께 모여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섯 친구를 보자 무엇이든 하자고 말한다.

그러자 구멍 친구가 말했어요. “나는 생각을 해도 모두 구멍으로 빠져나가.”주름 친구가 말했어요. “내 생각은 죄다 주름 사이에 꼭꼭 숨어 버려.” 물렁 친구가 말했어요. “난 생각을 하다보면 금새 흐물흐물해지고 잠이 와.” 거꾸로 친구가 말했어요. “나는 무슨 생각을 해도 자꾸 생각이 뒤집어져.” 엉망친장친구가 말했어요. “내 생각대로 하면 결국 엉망이 대고 마는 걸.” 그러자 완벽한 친구가 한심하다는 듯 말한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본문 중에서

하지만 다섯 친구는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

다섯 친구는 그 말을 듣자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부족한 점들도 아무 쓸모가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구멍 친구는 화가 나려다가도 마치 연기처럼 구멍으로 죄다 빠져나가고 만다. 주름 친구는 꼬깃꼬깃한 주름 사이에 무수히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거꾸로 친구는 남들이 지나치기만 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하다못해 엉망진창 친구는 늘 모든 걸 망치기 때문에 어쩌다 뭔가를 해내면 남보다 몇 배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다섯 친구는 완벽한 친구의 지적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분을 맛보며 서로의 등을 토닥인다.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그것 역시 자신들을 이루는 소중한 개성임을 깨달은 것이다.

글이 짧으면서도 웃음을 머금게 된다. 아이들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생각이 구멍으로, 주름, 흐물흐물해지고, 뒤집히고, 엉망이 된다는 표현이 멋지다. 엄마들은 행동이 느리고 생각이 많은 아이들에게 “옆집 아이는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니?” 같은 말로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이는 엄마들이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것이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준다면 다른 아이에게는 없는 장점이 우리 아이에게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10가지 단점을 고치려 하기보다 1가지 장점을 살리는 것이 아이의 개성을 살리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작품 속 그림들은 얼핏 어린아이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화면 구성이 자유로울뿐더러 인물 역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양쪽 눈이 짝짝이라든가 팔다리의 균형이 안 맞는다든가 배경을 여백 없이 꽉 채웠다가 과감하게 생략했다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재료 면에서도 색연필, 물감, 펜 외에 갖가지 종이와 사진, 천 등을 이용한 특유의 콜라주 기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법한 요소와 재료들을 동원한 이유도 이 방식이 아이들의 개성 있고 복잡한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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