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스타일의 독특한 그림책
'스팀펑크' 스타일의 독특한 그림책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1.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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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의 모습 담은 책

[북데일리] 세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쉴 틈이 없다. 쉬면 불안하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질 것 같고 하루를 헛되이 보낸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다. 아이들도 그럴까. 아이들은 쉬는게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이 쉬는 것이다. 일에 시달리며 사는 어른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도 노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부에 시달리고 예체능 학원을 다니고 각종 체험학습을 다니느라 어른보다 더 바쁜 아이도 있다. 숨차도록 바쁜 일상에 손바닥만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상에서 가장 바쁜 마을>(강경수.그림책공작소.2014)은 바쁘게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10년 넘게 만화를 그리다가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다.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그림에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그림책을 작업하는 젊은 그림책 작가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2011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논픽션 부문에서 라가치상을 받았다.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의 열쇠 구멍 같은 표지. 그 표지를 넘기면 누군가, ‘세상에서 제일 바쁜’ 마을로 들어간다. 그리고 천천히 걷는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마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다. 자기들과 전혀 다른, 심지어 괴물로 보일만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냥 걷기’는 괴물처럼 보였다.

오늘 안에 꼭 집을 지어야 하는 건축가도 노래 연습하던 가수도 수업을 하던 교수, 도둑을 잡던 경찰까지 괴물 때문에 깜짝 놀라서 하던 일을 그르치자 모두 화가 나서 괴물을 쫓아간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급기야 분노와 따가운 시선으로 궁지에 몰린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작품은 그 작은 괴물로 인해 어떻게 변할까.

그림책에서 유일하게 텍스트가 없는 장면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보이는 ‘유인과 맹목적 쫓음’을 연상시킨다. 비록 화가 났지만 괴물을 쫓아감으로써 마을 사람들이 바쁜 일상을 처음으로 벗어나는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스팀펑크’ 스타일의 그림책으로, 바쁜 세상을 복잡한 기계 부속, 증기, 태엽 등으로 표현한 것도 눈에 띈다. 스팀펑크(Steampunk Style)이란, 서로 다른 시대의 패션을 섞는 스타일이다. 예컨대 고전적 디자인의 가방에 현대식 장식을 다는 식이다. 증기기관을 뜻하는 스팀과 사이버펑크(첨단공상과학소설)를 합성한 용어이기도 하다.(출처:네이버지식백과)

이 작품에는 작가의 다양한 상상력과 상징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천천히 걷는 괴물도 쉼 없이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균열 장면도 천천히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연출했다. 글의 내용과 그림의 표현기법을 연계시켜 극도의 효과와 대비를 함께 이루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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