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빵집 주인이 자본론을?
시골 빵집 주인이 자본론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0.2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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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북데일리]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2014)는 빵을 만드는 과정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빵과 자본론,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시골에서 농부로 사는 꿈을 꾸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다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유기농에 대한 진실에 놀라 그만둔다. 말만 유기농였던 것이다. 동료였던 마리와 결혼 해 빵집을 열기로 결심한다. 놀라지 말길, 시골에서 말이다. 그러나 빵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취직한 빵집은 새벽 2시가 출근이다. 사장은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많은 빵을 만든다. 그러니 노동자이자 고용인인 저자는 밤낮없이 일만 할 뿐이다. 마르크스의 말대로 노동자는 도구였다.

 본격적으로 빵을 만들면서 이타루는 천연효모와 이스트에 관심을 갖는다. 진짜 빵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장 중요한 게 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본격적으로 자연유기농 빵을 만든다. 우선 플라스틱 용기 대신 대숲의 대나무로 균을 채취해 주종을 만든다. 대량 생산이 아닌 자연이 주는 그대로 소량의 빵을 만든다. 공방의 고택에 사는 천연균으로 만든 주종으로 발효시킨 빵은 일반적인 가격보다 비싸다. 진정한 노동이 자연과 만들어낸 선물이다.

 ‘자기 안에 있는 힘으로 자라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작물은 발효를 하게 된다. 생명력이 강한 것들은 균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유지하여 생명을 키우는 힘을 그대로 남겨둔다. 그래서 식품으로서도 적합하다.’ (136~137쪽)

 시골빵집은 목, 금, 토, 일 사일동안 문을 연다.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 균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하루까지 주 5일 근무제다. 대량 생산의 빵집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과정이 가능한 건 이윤을 남기지 않는 삶 그 자체가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이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한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이타루가 꿈꾸는 신성한 노동과 함께 성장하는 사회는 언제쯤 가능할까.

 ‘돈을 쓰는 방식이야말로 사회를 만든다. 자리고 잡히고 균이 자라면 먹거리는 발효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상인과 장인이 크면 경제도 발효할 것이다. 사람과 균과 직물의 생명이 넉넉하게 자라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경제. 그것이 시골빵집이 새롭게 구워낸 자본론이다. 빵을 굽는 우리는 시골 변방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의 태동을 오늘도 느끼는 중이다.’ 232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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