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우아한 가난의 시대'
미래는 '우아한 가난의 시대'
  • 신 현철
  • 승인 2014.10.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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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북데일리]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앞으로 상품 생산비는 제로(0)에 가까워지고 기업의 이윤이 고갈될 것이라고 충격적인 주장을 했다. 조선일보(10월 14일자 기사)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신은 곧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사회'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우리는 공유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카셰어링과 자전거셰어링은 물론 셰어하우스까지 등장했다. 미국인의 약 40%가 이미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무력 혁명이 아닌 자본주의의 근간인 기술 혁신으로 인해 자본주의 경제의 패러다임이 뒤흔들리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체계에 젖은 우리의 생활도 소유를 줄이고 공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같은 맥락의 주장은 아닐지라도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필로소픽, 2013)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언론인으로, 떳떳하게 가난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 풍요로운 시대는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 그러나 물론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자본주의는 수십 년 동안 가난이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우리를 설득했다. 가난은 저 미련한 자, 게으른 자, '저 사람은 성공하지 못했다'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끊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주입시킨 자본주의의 신화는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출세 의지는 좌절당하고, 승자와 패자가 있으며, 패자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가난해지는 사람은 자신만이 실패자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 훨씬 더 포괄적인 과정의 일부로 가난해지는 것이며, 따라서 그의 운명은 역사적인 차원을 가진다. 이것에 위로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 15~16쪽

관점은 다르더라도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견하는 주장은 많다. 막스 베버는 최후의 원유통 뚜껑이 열리는 날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이라 했다. 자본주의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풍요의 시대가 끝나고 개인의 가난이 아닌 역사적 차원의 가난이 오고 있다. 그 가난은 우아한 가난이다.

우아한 가난이라니. 공유사회라면 기본적인 생활권은 보장되니 그렇게 말해도 무방할 거다. 우아한 가난을 생활화하는 직업으로 시인을 꼽을 수 있을텐데, 이 참에 시인이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니면 스님이 되어 무소유를 실천해 볼까? 미래의 유망 직업 순위가 많이 바뀔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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