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 달빛을 받은 눈은 푸르스름...
[명문장] 달빛을 받은 눈은 푸르스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0.13 2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캐런 톰슨 워커의 <기적의 세기>중에서

[북데일리] 캐런 톰슨 워커의 장편소설 <기적의 세기>(민음사. 2014)는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을 그린 소설이다. 낮과 밤이 조금씩 늘어나 24시간이었던 하루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열한 살 주인공의 눈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담는다. 사춘기 소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드는 듯 착각에 빠진다.

 ‘발이 진흙 속으로 푹푹 빠졌다. 눈에 띄지 않는 생물들이 발가락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죽은 물고기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머리칼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렸다. 찰싹찰싹 출렁이는 바닷물을 코앞에 두고 뒤돌아보니 해변에 있는 사람들이 보일 듯 말 듯했다. 고래 주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팔과 다리가 깨알같이 보였다.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닷물이 출렁대는 소리만 들렸다.’ (271~272쪽)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저지대인 캘리포니아이고, 계절은 봄이었다. 우리가 자는 동안 눈이 13센티미터나 쌓였다. 그런데도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는 중이었다. 어둠이 기러지면서 기온은 뚝뚝 떨어졌다. 달빛을 받아 동네 전체가 푸르스름하게 반짝였다. 흰 눈을 뒤집어쓴 자동차는 마치 커다란 설탕 과자 같았다. 울타리에도, 테라코다 지붕에도 하얗게 눈이 쌓였다. 도로는 흰색 아스팔트를 깐 것 같았다. 인조 잔디는 하얀 이불에 덮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방이 눈부시게 빛났다.’ (322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