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과 계란에 집착하는 남자
황금과 계란에 집착하는 남자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0.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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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21세기적 잔혹동화

[북데일리]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은 300년이 지난 동화이다. 하지만 지금도 문학, 음악, 무용, 영화 등의 예술에 영감을 불어 넣고 있다. 믿음과 배신, 돈과 사랑, 욕망과 후회가 뒤섞인 섬뜩함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푸른수염>(열린책들.2014)는 프랑스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수염> 을 재해석해서 쓴 작품이다. 그녀는 '<푸른수염>을 왜 다시 쓰려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내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한 순간도 빠짐없이, 늘 ‘푸른 수염’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의미있는 동화이며, ‘푸른 수염’은 내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살인자기이기 전에, 비밀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인간이다.”

여자 주인공 사튀르닌은 파리에서 미술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광고를 보고 대저택에 싼값의 월세로 입주한다. 이 집은 세 들어 살던 여자가 8명이나 실종된 집이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집주인은 마흔넷의 남자로 20년 째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란과 황금에 집착한다. 집주인은 집안 중 암실문을 열지 말라고 경고한다. 사튀르닌도 암실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사튀르닌은 시간이 지날수록 집주인 남자에게 매력을 느껴지고 사라진 8명의 여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결국 사튀르닌은 집주인 남자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식칼을 쥐고 집주인 집주인 남자의 침실로 들어간다.

196쪽의 짧은 이 소설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노통브 특유의 비유와 위트, 냉소적 유머가 십분 발휘된 문장들이 소설 장면 하나하나에 베어 있다. 집주인 남자에게 빠진 사튀르닌의 생각이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돈 엘레미리오는 수도 없이 그녀에게 자신의 결백을 설명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단 한 번도 그것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침묵을 강요했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아무런 증거 없이 그를 중상했다. 그건데 그는 그런 비방을 당하면서도 화조차 내지 않았다. 따라서 사튀르닌은 자신이 사랑하게 된 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 자기 예술에 심취한 남자, 엉뚱하기 짝이 없는 남자일지는 몰라도 살인자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러자 안도감을 넘어 알 수 없는 기쁨이 그녀를 가득 채웠다.”-110쪽~111쪽

암실은 돈 엘레미리오의 비밀공간이었다. 그는 저온 생성 장금장치를 작동시키고 여덟 명의 여자들의 죽음을 즐긴다. 아홉 번째 희생자가 될 운명에 놓인 사튀르닌은 저온 생성 잠금장치가 해제된 암실로 초대받는다.  그곳에는 실종된 8명의 여자들의 사진이 색깔로 구분되어 걸려 있다.  '빨, 주, 초, 파,남, 보, 흑, 백' 중 노란색만 빠져 있었다. 자신이 '노란색'을 채워줄 희생자가 될 것을 예감한 사튀르닌은 반전을 일으킨다.

<푸른 수염>은 해외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재기발랄하고 샴페인처럼 톡톡 튀는 소설이다. 지적이고 재기 넘치는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마치 두뇌 핑퐁 게임을 하는 듯 흥미롭다. 수많은 대화 장면이야말로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다”.<이수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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