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 중에서
어둠 속 나무 우듬지에 핀 목련은 불꽃처럼 어둠을 밀어낸다. 바람의 기미조차 없는 세계에서 도도하게 위로 뻗어 오르는 촛불에 매혹당해 오래도록 바라보던 이런 날이 있었다. 부드러운 그 불꽃은 오히려 단단해 보였다. 어둠이 엄습하는 것을 거부하며 제 몸을 태워서 그 도발을 저지했다.
생의 불길처럼 은은히 피어오르는 몸짓과 살아서 무언가가 되려는 의지가 목련꽃에도 오롯이 투사된다. 촛불과 목련꽃은 수직성에서도 닮은 구석이 있다. 살아있는 동안 이들은 수직으로 선다. 죽어서야 비로소 몸을 수평으로 누인다는 점에서 목련꽃은 촛불과 다르지 않다.(54쪽, 55쪽).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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