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유혹하는 '민어 낚시'
나들이 유혹하는 '민어 낚시'
  • 임정섭 대표
  • 승인 2014.09.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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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포 위도.... FTV 낚시 촬영현장

[북데일리] 가끔 방송 채널 돌리다 보면 '대어'가 걸릴 때가 있다. 운좋게 낚시방송에서 대물잡는 장면을 목격할 때다.

특히 돔을 낚을 때 그렇다. 낚시 바늘을 입에 문채 춤추는 생선과 그 뒤로 한 점 거칠 것 없는 수평선 그리고 검푸른 바다를 보노라면 마음은 바다가 간절하다. 당장 TV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럴 때 가끔 유체이탈이나 순간이동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한다. 

격포를 떠나 위도 앞바다를 씽씽 달릴 때, 나는 TV를 보다가 화면 속에서 곧장 배위로 튕겨 나온 느낌이었다. 그만큼 갑작스러웠고 특별했다.

그동안 거의 1년 가까이 이어진 집필로 심신이 지쳐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번 일정이 잡혔다. 자정 무렵, 책 최종원고 자판을 두드리다가 뛰쳐나왔다. 일상이란 녀석을 발로 힘껏 차버리고 하루짜리 낚시 여행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생각해보니 컴퓨터 전원도 끄지 않았다.

9월 4일 FTV(한국낚시채널) 촬영 팀과 함께 민어 낚시에 나섰다. 민어란 말이 없었으면 망설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격포 인근에서 민어를 잡는다는 것이다. 놀라웠다. 민어는 전남 쪽에서나 나오는 귀한 물고기로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민어를 서울에서 머지않은 바다에서 낚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이른 아침, 시계바늘이 5시 40분을 막 지날 때 배가 격포항을 떠났다. 이어 1시간 후, 집에서 여전히 깜빡거리고 있을 컴퓨터 커서가 난데없는 주인의 부재를 의아해 하고 있을 무렵 나는 마우스 대신 낚싯대를 잡고 있었다.

우리가 탄 배는 ‘천년호’란 거창한 이름의 배다. 선주 이름은 이영광(42)씨. 둘을 합치면 ‘천년의 영광’이니 평범하지 않은 조합이다! 오늘 뭔가 큰 녀석이 걸릴 징조가 아닐까.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선주의 얼굴이었다. 젊었다. 내가 5년 전쯤에 마지막으로 출조할 때까지의 기억에 의하면, 선장 대부분은 나이 드신 분들이었다. 선장에게 “생각보다 젊다.”고 말을 걸었다. 선장의 대답은 이랬다.

“아, 요즘에는 다 젊어요.”

정말 그렇단다. 최근에 선장 연령이 낮아졌다는 사실은 택시 기사가 연로한 분들로 대체되는 현상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우리 사회의 인력 구조의 변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젊은 택시 기사 중 일부가 혹시 좀 더 나은 보수를 찾아서 선장이라는 직업으로 이동했을지도 모르겠다.

배낚시에는 물때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때론 물때 위에 선장이 있다. 당일 조황이 선장의 경험과 ‘심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번 선장은 왠지 선장 같지 않은 스마트한 모습이었고, 그것이 ‘만선’의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뭐랄까. 육감이 아닌 과학으로 우리를 이끌 것 같았다.

첫 스타팅은 40분쯤 달려 도착한 위도 부근이었다. 막상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니 햇볕이 따가웠다. 절기가 빨라서일까. 더위가 한풀 꺾일 9월이건만 아직 8월의 태양이었다. 누군가, 개시를 한지 5분도 되지 않아 첫 수를 낚았다. 좋은 징조였다.

미끼는 생새우를 썼다. 그동안 배낚시 때 썼던 미끼에 비하면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보통 우럭 낚시에는 지렁이나 미꾸라지를 쓴다. 발버둥 치는 녀석들의 몸을 잡고 바늘을 꿸 때의 촉감은 불편하다. 그에 비하면 새우는 몸맵시가 마치 나긋나긋한 여성의 허리를 잡는 듯하다.

한 배에 탄 우리 일행(15명) 중엔 촬영 팀 외에 일반인 낚시꾼이 있었다. 우리는 배 옆이나 뒤쪽에 있었고, 촬영 팀은 배 맨 앞쪽에 있었다. 낚시방송을 자주 본 시청자들은 알겠지만, 촬영 팀은 이렇게 구성된다.

배우 (전문 낚시꾼)

촬영PD 둘(메인 및 보조)

기타 스텝.

이날 배우는 윤성열, 박양호 씨와 ‘FTV’ 여자 아나운서 염유나 씨였다. 이들은 뱃머리에 서서 프로페셔널의 위용을 뽐냈다. 8시간 정도의 작업에 전혀 지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걸출한 낚시꾼이었다. 윤성열씨는 이날 잡은 가장 물 좋은 녀석인 점농어(60센티 급)와 민어 2마리를 낚았다. 같은 어종을 잡아도 씨알에서 큰 차이가 났다. 확실히 프로는 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낚시꾼의 손은 더욱 부산해졌다. 우럭, 삼치, 농어, 광어, 조기... 요즘 나올 만한 어종은 다 잡혔다. 그러나 문제는 민어였다. 이날 주인공은 민어였으나 5시간가량 흘러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번 낚시의 특이한 점은 민어 잡이와 광어 잡이의 ‘동시 상영’이었다는 점이다. 광어는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야 하고, 민어는 그보다 위에서 잡아야 한다. 따라서 동시에 두 어종을 잡는다는 상황이 선뜻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광어 포인트에서는 광어 낚시를 하고 민어 포인트에서는 민어 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는 선장이 그만큼 노련하다는 말과 같다. 참고로 배낚시는 포인트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가며 하는데 이날은 30군데 정도 포인트에 캐스팅을 했다.

어종에 따라 낚는 방법은 다르다. 민어는 봉돌과 바늘을 바다에 던진 후, 바닥을 치면 네댓 번 낚싯줄을 감고 시작한다. 이어 입질이 오면(한두 번 툭툭 건드린다.) 곧바로 채지 않고, 낚싯대를 좀 더 올린다. 민어는 아주 예민하고 영리한 녀석이어서 한 번에 물지 않는다. 그런 뒤 잠시 기다리면 민어가 탐색을 끝낸 후 미끼를 물고, 그때 잡아당겨 낚는다. 민어와 낚시꾼의 ‘밀당’인 셈이다.

첫 민어를 수확한 전문 낚시꾼 윤성열씨.
예정된 출조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까지 민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은 공쳤다’고 푸념할 무렵 입질이 왔다. 일단 한 번 터지자 이곳저곳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다만, 씨알은 기대만큼 굵지 않았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민어 조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위도 근처는 물때가 좋으면 배낚시만으로 광어를 300마리 정도 잡습니다. 민어는 귀한 어종이라 그 정도는 안 되지만 많이 잡힐 때는 상상이상입니다.”

이영광 선장의 말이다. 알고 보니 부안 위도와 군산 말도는 민어 낚시로 유명했다. 선장의 휴대폰으로 지난해에 찍은 사진을 봤는데, 믿기 힘들 정도의 마릿수와 씨알을 자랑했다.

그동안 나는 주로 태안 쪽으로 바다낚시를 갔다. 서울에서 출조하기 적당한 거리다. 그런데 조금만 더 기름을 쓴다면 더욱 알찬 조황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함께 낚시를 한 이병관(57년생, 광주 두암동)씨는 “민어 때문에 이번 낚시에 참가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민어는 적었지만, 다른 어종을 많이 잡아 즐거운 일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의 끝 멘트도 이와 똑같았다.

낚시꾼 뺨치는 염유나 아나운서.
낚시보다 더 이채로운 경험은 생생한 낚시 방송의 현장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배 위에서는 파도 때문에 서 있기 힘들고 배 멀미도 고통스럽다. 따가운 햇볕 역시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촬영 팀은 끝까지 오로지 낚싯대와 파이팅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좋아서 낚시 방송을 하는 구나‘ 싶었다.

특히 염유나 아나운서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여자 아나운서라면 방송 할 때 낚싯대를 잡다가, 카메라 불이 꺼지게 무섭게 화장을 고치거나 배 안쪽에서 쉴 것이라고 생각할 터이다. 하지만 그녀는 수직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 몸으로 받아내며 낚시에 열중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여성에게 치명적일 ‘저 무수한 자외선을 어떡하나’ 하고 걱정할 정도였다.

위도 근처의 풍광은 배낚시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이 글을 쓰는데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듯 민어 낚시 나들이가 아련하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뱃고동 소리가 울린다. 통통통.

이날 촬영 분 방송은 FTV(한국낚시채널)에서 10월 6일(월요일) 저녁 10시(선상낚시X파일)에 방송된다.

*배낚시 비용 10만원. 낚싯대 대여와 미끼 값 5만 원 별도. 연락처-부안 ‘새만금낚시’ 천년호 이영광 선장(010-3658-2381)

 

왼쪽 두 번째 이영광 선장.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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