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기 힘든 청소년에게
관계 맺기 힘든 청소년에게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9.15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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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테마소설 <관계의 온도>

 [북데일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반드시 타자와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적절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미지의 대상인 타자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하나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합니다.’ (201~202쪽)

 관계는 어렵다. 친한 관계가 있는 반면 아주 불편한 관계도 있다. 어디서 맺은 관계든 마찬가지다. <관계의 온도>(문학동네. 2014)는 이처럼 어려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일곱 명의 작가가 청소년의 시선으로 관계를 말한다.

 이금이의 「1705호」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1705호로 이사 온 미숙 씨 가족 앞에 나타난 십 대 소년에 대해 들려준다. 식구들이 저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교복 차림의 아이와 마주한다. 불량 학생이 아닐까 단속하라고 말하며 관리소에 연락을 하지 않는다. 왜 남의 집 앞을 서성이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남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이는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아이는 손을 내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변의 일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우리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김민령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는 가장 보편적인 청소년의 일상을 보여준다. 주인공 이정은 매일 함께 등교하던 나나가 맹장염으로 입원한 소식을 듣는다. 이정은 고등학교에 입학 후 나나와 다녔지만 단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병문안을 가려 했지만 나나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나나가 어디 사는지, 형제는 있는지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이름을 바꿨다는 사실도 반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된다. 항상 곁에 있어서 나나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다. 학창시절의 친구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이정은 알게 될까?

 ‘나나가 없을 때 나는 누구하고 점심을 먹었을까, 쉬는 시간에는 멍청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거나 문제집만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었던 걸까. 음악실이나 체육관으로 이동할 때 나는 혼자였을까. 나나 없이 학교로 가는 언덕길은 텅 비어 있었다. 눈앞에 아이들 없이 햇살만 가득한 교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거기에는 나도 없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60~61쪽)

 은이정의 「철용」은 중 3의 평범한 아이 철용에 관한 이야기다. 철용은 조용한 남학생이다. 까불거나, 장난을 치지 않고 조용히 뜨개질만 한다. 뜨개질로 만든 휴대전화 고리와 모자를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선물 받은 여자아이는 철용이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아이는 거절한다. 철용을 놀리는 남자아이도 있지만 뜨개질을 하는 아이는 점차 늘어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왕따나 학교 폭력으로 물든 교실의 이미지가 아닌 따뜻한 교실을 상상하게 된다.

 ‘차분하면서 부드러운 기운이 교실 바닥에서부터 아이들 머리 위까지 골고루 퍼져 있었다. 아이들은 그 기운 속에서 평온을 누렸다. 그 평온의 중심에서 철용은 돌부처처럼 앉아 뜨개질을 했다. 파란색 실을 손가락에 걸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손을 늘리는 철용은 세상에서 두어 걸음 벗어난 듯 보였다.’ (철용 중에서, 88쪽)

 과한 관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빠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진호와 여전히 어색한 새아빠와 힘들어하는 빈의 고민을 다룬 김이윤의 「축지법은 있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 친근하다. 초등학교 시절 화상 흉터로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리던 수를 몇 년 후에 다시 만나 과거를 반성하는 김리리의 「수」, 미래의 남편을 만날 수 있는 타임머신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통해 현재의 관계를 돌아보는 이제미의 「미래의 남편」를 통해 관계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친구나 부모와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현재 맺어진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줄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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