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날 위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09.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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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인생의 아픈 성장통

[북데일리]청소년기는 모든 것이 아직 미완의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의 소울 스키마(schema)는 아직 말랑말랑하고 유연하다. 어떤 경험을 거치고 어떻게 마음의 틀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가능성도 무한하고 부정적인 가능성도 무한다. 그들의 말랑말랑한 소울 스키마가 상처로 인해 굳어지고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작가의 말에서

<말랑말랑 소울 스키마>(자음과 모음.2014)는 가출에 중독된 소년과 상처 받은 소녀가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저자 박은몽의 작품으로 <청소년을 위한 시크릿>, <선덕여왕>이 있다.

강아경은 엄마의 공부 강요에 못이겨 가출한다. 심아경은 아빠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살아간다. 거기다 학교 친구에게 폭력을 당하면서 죽기 위해 옥상을 오르다 강아경과 만난다.

“난 네가 부러워. 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엄마에게 맞아보기라도 해보고 싶어.”-128쪽

심아경은 자신의 애인만 챙기는 이기적인 아빠와 살면서 집을 나간 엄마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낀다. 그런 심아경에게 공부를 강요하며 매까지 때리는 엄마마저 부럽게만 보인다. 강아경은 자신을 부러워하는 심아경을 보며 엄마를 생각하지만 오직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젠 부모님의 소유물처럼 부모님 삶의 부속품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강아경은 심아경에게 자신의 시계를 채워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젠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이기도 한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어 그러니까……말이야. 소중한 사람하고는 시간을 함께 나누는 거래……넌 혼자가 아니라는 뭐 그런 뜻이야.”-142쪽

이 말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아닐까. 시간을 함께 나눈다는 건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이고 인생의 한 부분을 함께 하는 것이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물리적인 시간이 아닌 서로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감싸줄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이 담긴 시간일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거나 방치하면서 ‘널 위해서 그러는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상처 받은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날 위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제목과 표지를 보며 내용이 말랑말랑말 할 것 같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폭력은 어른들이 조용히 묻어 두고 싶어 하는 사회의 한 단면이다. 사회 구석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어쩌면 우리는 다 알고 있지만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교복 상의를 열어젖히고 교복 치마를 걷어 올리자, 시퍼렇거나 자줏빛의 멍, 그리고 긁힌 자국과 담뱃불로 지진 자국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기저기서 작은 신음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면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230쪽

심아경은  용기를 내어 친구와 일진들에게 괴로힘을 당하고 폭력을 당한 사실을 공개한다. 놀이터 폭력사건에서 강아경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임을 밝힌다. 만약 심아경이 계속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있었다면 자신을 구해준 강아경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이 받은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곰팡이가 슬면 햇볕에 말려야 하듯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냄으로서 심아경은 더 이상 자신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 책은 어른도 읽어봐야 할 책이다. 성장통은 아프다. 자신이 견뎌내야 할 통증이다. 그 통증에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옆에서 지켜봐주고 손 내밀어줘야 하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이 상처에 지지 않고 말랑말랑한 스키마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수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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