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김치의 고향 여수의 진면목
갓김치의 고향 여수의 진면목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8.2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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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안내서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북데일리]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민음사. 2014)은 제목 그대로 미식 기행이다. 여수와 인연이 있는 다큐멘터리 PD 세 명이 들려주는 여수의 맛 이야기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맛은 갓김치다. 예능 프로 1박 2일에서 갓김치와 메밀국수의 조합은 정말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눈으로 보는 맛이 아닌 글로 만나는 맛 역시 다르지 않다. 세 명의 저자는 매우 탁월하게 맛을 표현한다. 갓김치, 돌게장, 갯장어 샤브샤브, 장어탕까지 당장이라도 식당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여행지의 토속음식을 먹어야만 제대로 된 여행을 했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다.

 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 여행지 정보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는 찾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정직하다. 음식 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뿐 아니라 맛 평가도 아주 솔직하다. 무조건 좋고 맛있다는 게 아니라 맛이 없으면 없다고 말한다. 거기가 친절하게 가격도 알려준다. 인터넷으로 여수 맛 집을 검색하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책을 들고 여수로 향해도 좋은 이유다.

 유명한 해산물도 잠자는 미각을 자극하지만 나는 <싱긍벌글빵집>에서 파는 빵이 먹고 싶다. 세상에나, ‘싱글벙글빵집’이라니. 정말 행복한 빵을 만드는 빵집임에 틀림없다.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빵을 먹이는 마음으로 만든 빵. 여행지에서 어머니의 맛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크루아상도 없고 쿠키도 없고 식빵도 없다. 투박한 찐빵과 야채빵, 햄빵, 도넛이 전부다. 가격도 착하다. 모든 빵이 하나에 600원. 그 맛도 훌륭하다. 집에서 직접 만든 빵 같다. 특히 팥소가 가득한 찐빵에서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준 맛이 느껴진다.’ (214~215쪽)

 미식 기행이라 해서 여수의 맛만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여수의 역사와 문화도 만날 수 있다. 여수 근교의 많은 섬에 대한 설명도 있다. 거제도에 위치한 구십 년 된 고가(古家) 여관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본풍 건물은 역사의 아픈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섬은 특별하다. 육지에서는 아무리 산간 오지라 해도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지만, 섬은 비바람이 조금만 세져도 고립되어 버린다. 국토이면서 마음대로 닿을 수 없는 곳, 섬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삶의 무게가 가슴을 짓누를 때 문득 가고 싶은 곳이 섬이다. 섬은 반도의 끝에서 뚝 떨어져 육지인의 애환을 받아주는 곳이다.’ (246쪽)

 떠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여수로 향하게 만드는 책이다. 멀지 않은 그곳에 여수가 있다고 말이다. 물로 책으로 만나는 여수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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