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하려면 '상상의 지도'부터
탈출하려면 '상상의 지도'부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7.28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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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의 『삶을 위한 철학수업』

 [북데일리] 삶에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이진경의 <삶을 위한 철학수업>(2013. 문학동네)에서 제시한 방법은 자유였다. 자유로운 삶은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쉬운 듯 어렵다.

 이진경은 우리 삶 속에 숨겨진 자유를 찾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불안과 동행한다. 수용의 차이에 따라 누군가는 자유로운 삶을, 누군가는 족쇄의 삶을 살아간다. 이것은 비단 하나의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게 모든 것이 그러하다.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 원하는 대로 살고자 할 때 넘어서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이쯤에서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위해 공부했는지, 억지로 직장에 나가고 관계를 맺는지,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는 나를 숨기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짜 행복했던 때가 있었는지 말이다. 어떤 답과 만났든 과거에서 이어진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진경은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라는 거다. 자본과 능력의 노예, 과거의 사랑이나 삶의 노예로 살아온 우리는 화들짝 놀라고 만다. 이것은 변화와 용기로 직결된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여전히 과거에 속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자기 위안을 벗기 위해 상상을 조언한다. 두려움이 아닌 확신의 결과를 상상하는 일, 용기를 냈을 때 달라질 삶을 그리는 것이다. 살면서 계속 고쳐 그릴 수 있는 상상의 지도라니, 정말 근사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현실의 중압감이 아니라 공상하는 능력이다. 지배적인 삶의 방식, 강요되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다른 삶의 가능성이란 언제나 공상과 함께 온다. 공상은 현실감 없는 무능력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이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날 길을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능력에서 생각난다. 그럴듯한 공상이란, 그런 능력이 창조하는 다른 현실로 안내하는 상상의 지도다. 가면서 계속 고쳐 그릴 수 있는 지도.’ (136~137쪽)

중요한 건 역시 용기를 내는 일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 누군가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도전이 필요하다. 변화라는 이름으로 다가올 고통을 견디며 마주할 충만한 삶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그러니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너머를 꿈꿔도 좋다는 용기를 내자.

‘도래할 삶을 만드는 것은 이전의 삶이 기대어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은 난감한 딜레마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습관이나 기억에 기대면서 동시에 그것에 의해 유지되는 동일성을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삶을 향해 이탈의 선을 그리면서 이전의 삶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방어하려는 자기 자신과 대결해야 한다.’ (261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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