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느라 가려운 아이들
성장하느라 가려운 아이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7.23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영의 <미치도록 가렵다>

 [북데일리] ‘오늘도 하루가 간다. 내일은 또 올 것이다. 그 내일은 또 오늘이 될 것이고 그 오늘이 지나면 또 내일이 올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면 된다. 사고치지 않고.’ 18쪽

 아이들은 매일 자란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이도 함께 자란다. 당연한 이치를 어른들만 모른다. 사춘기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괜히 화를 내고, 괜히 소리 지르는 게 아니다. 잘 하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서 그런 거다. 김선영은 <미치도록 가렵다>(2014.자음과모음)에서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마음을 가려움에 비유한다. 자신의 팔이 닿지 않아 긁을 수 없는 부분이 가려운데 아무도 긁어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서울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인천의 형설중학교로 전학을 온 도범은 이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소문을 들은 아이들은 형설중의 양대호는 도범을 가만두지 않는다. 도범은 자신의 결심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피하고 스스로 손가락을 찧는다. 그런 도범 곁에 짝꿍인 세호와 가방에 망치를 가지고 다니는 해명이 있다. 도범과 아이들은 독서회에 가입하고 도서관에서 수인과 만난다.

 수인은 새로 부임은 도서관 사서로 형설중의 낡은 도서관과 억지로 가입한 아이들이 벅차기만 하다. 거기다 연인인 율은 수인과 상의도 없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결혼을 미루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독서회에 가입한 아이들은 저마다 꿍꿍이가 있었다. 그냥 시간을 때우려는 아이, 도범을 건드리려는 아이, 친구를 따라온 아이, 진짜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송이담 하나다. 낡은 도서관의 책장이 무너져 해명이 다치자 수인은 도서관과 교무실을 바꾸자는 제안한다. 교장 선생님은 도서관 활성화를 지원하지만 적극적인 도움은 주지 않고 지켜만 본다. 낯선 학교와 선생님, 날선 아이들, 수인은 모든 걸 포기하고만 싶다.

 그러다 대출한 책을 반납하지 않은 도범과 이야기를 나눈다. 도범이 책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누군가 꾸민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도범은 자신에게 편견을 갖지 않고 관심을 주는 수인에게 지난 학교생활을 털어놓는다. 싸움으로 인해 전학을 다닌 일과 지금은 달라지고 싶은 마음까지 말이다. 수인은 그런 도범을 지켜주고 싶다. 도범을 통해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 거다.

 소설 속 도범은 문제아, 질 나쁜 아이가 아니다. 편견을 가지고 나쁘게 본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자녀이며 조카다. 마찬가지로 수인도 특별한 선생님이 아니다. 진심으로 다가오는 선생님의 마음을 아이들이 보지 못한 것이다. 서로에게 한 발씩만 다가서면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어른이라 해서 성장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소설이다. 수인의 엄마가 들려주는 말처럼 우리는 모두 가렵다.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어디에서 어디로 넘어가는 것이 쉬운 법이 아녀. 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갈 수 있는 겨. 애들도 똑같어. 제일 볼품없는 중닭이 니가 데리고 있는 애들일 겨. 병아리도 아니니께 봐주지도 않지. 그렇다고 폼 나는 장닭도 아니어서 대접도 못 받을 거고. 뭘 해도 어중간혀. 딱 지금 니가 가르치는 학생들 아니것냐.” 216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