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만 읽기를 멈출 수가 없는
무섭지만 읽기를 멈출 수가 없는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7.04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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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붉은 눈>

 [북데일리] ‘긴 머리카락에 살결이 희고 예쁜 아이였는데 특히 양쪽 눈동자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유심히 보니 오른쪽 눈보다 왼쪽 눈의 홍채가 색이 진하더군요. 그런 짝짝이 눈으로 저를 응시할 때면 뭐랄까, 쾌감과 전율을 동시에 맛보는 듯한 기분이…….’ (「붉은 눈」, 11쪽)

 추리, 스릴러는 여름에 읽어야 한다. 여기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 호러 소설이 있다. 얼핏 보면 귀여운 인형 귀신을 연상시키는 표지의 <붉은 눈>(레드박스. 2014)이 그것이다. 단편 8편과 네 편의 짧은 괴담 기담이 실렸다.

 표제작 「붉은 눈」은 유년 시절 전학 온 소녀 마도 다카리에 대한 이야기다. 마도 다카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한다. 따돌림을 당한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항상 혼자였다. 외할머니가 무당이었던 화자는 마도 다카리에서 어떤 기묘한 기운을 감지한다. 마도 다카리가 학교에 오지 않아 반장과 함께 집을 방문한 후 둘은 무언가가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꿈을 꾼 것이다. 반장은 꿈에서 집 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고 그 후에 병으로 죽는다. 화자는 인간의 형태를 한 이상한 형체로 오직 붉은 눈만 선명한 꿈에 시달린다. 붉은 눈의 소녀 마도 다카리의 집을 다녀온 후 일어난 일이라 단순한 꿈이라고 단정을 짓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귀신이나 유령이라고 확정짓기 어려운 괴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고 무시할 수 없는 누군가의 경험이라 더욱 공포는 강해진다. 어린 시절 담력 시합을 하듯 친구들과 벼랑 위의 집을 조사하는「내려다보는 집」도 그렇다. 울며 겨자 먹기로 데려간 친구의 동생에게만 보인 집주인. 그러나 정작 부모들의 문의엔 아무도 찾아온 적이 없다는 말이 돌아온다. 동생이 본 건 무엇일까?

 제목 그대로 호러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기묘한 괴담을 중계하며 소설로 써보라는「한밤중의 전화」, 죽음의 그림자를 보는 탐정에게 찾아와 죽은 친구들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부른다는 「죽음이 으뜸이다 ; 사상학 탐정」은 낮에 읽어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독특한 점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실감 나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귀신이나 유령의 기척 말이다. 읽기만 해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손으로 두 귀를 막고 어떤 소리를 차단하고 싶어진다.

 ‘슥슥슥…… 하고 다다미를 훑는 듯한, 드드득드드득…… 하고 썩은 갈대밭에 손을 얹는 듯한, 츠읏츠읏츠읏…… 하고 마룻바닥을 기는 듯한, 쿵…… 하고 봉당에 떨어진 듯한, 툭툭툭…… 하고 봉당을 걷는 듯한, 서서히 커지는 소리가 확실히 문을 향해 다가오는 느낌이…….’ (「붉은 눈」, 36쪽)

 ‘절망적인 기분에 빠져 있자 묘한 소리가 들렸다. 초인종 소리가 아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별당 어딘가에서…… , 끽……, 내 머리…… , 끼익……, 머리 위에 있다…… , 끼이익…… 별당 창문 쪽에서 끼이이이이익…… 하고 조금씩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뒷골목의 상가」, 231쪽)

 무서운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중간에 멈추거나 공포를 견디며 끝까지 듣는 두 가지다. 『붉은 눈』은 무섭지만 멈출 수가 없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가 이야기를 이끄는 실력 때문인데 특히 이 소설집에서는 화자로 등장하는 작가가 실제로 근무했던 잡지사나 사진집을 언급하여 더욱 호기심을 키운다.

 작가는 인상적인 기억이나 상처가 된 경험을 소재로 일상의 공포를 제대로 포착한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공포의 실체를 끄집어내는 소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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