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모으고 정서를 수집하는 남자
감성을 모으고 정서를 수집하는 남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7.03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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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추리소설 <가장 잔인한 달>

 [북데일리]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사랑도 그렇다. 그리하여 그것을 다스리지 못 했을 때 사고는 일어난다. 심지어 살인까지 말이다. 안타깝게도 루이즈 페니의 추리소설 <가장 잔인한 달>(피니스아프리카에. 2014) 속 살인도 그렇다. 어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결국 폭발한다.

 ‘답은 책이나 보고서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 심지어 가끔은 형체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잡을 수도, 막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언가에 있다. 답은 어두컴컴한 과거와 그 안에 숨겨진 감정 속에 있다.’ 94쪽

 소설은 조용한 마을 스리 파인스의 사람들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여느 평범한 마을과 다르지 않게 서로에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때문에 어떤 이벤트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부활절을 앞두고 마음에서는 교령회가 열린다. 그러니까 죽은 자를 불러오는 모임이다. 누가 주최를 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약간의 긴장과 함께 설렌다. 첫 번째 교령회는 참석자가 적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실패로 돌아가도 사람들은 두 번째 교령회를 시작한다. 깊은 밤, 마을 사람들이 꺼리는 장소 해들리 저택으로 모여든다. 영매를 중심으로 원으로 둘러앉은 사람들은 어떤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죽음이 발생한다.

 겁에 질린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여자는 마들렌이다. 놀랍게도 단순 사고사가 아닌 살인으로 밝혀진다. 누군가 ‘에페드라’라는 약물로 그녀를 죽였다. 사건 해결을 위해 가마슈 경감이 마을을 찾는다. 친구이자 상사인 브레뵈프는 형사 르미외를 함께 보낸다. 가마슈를 감시하기 위한 첩자다. 상사였던 아르노의 부정을 고발한 가마슈는 경찰 내부에 적이 많았다. 가마슈가 스리 파인스에서 조사를 하는 동안 브레뵈프는 언론에 가마슈와 가족에 대한 충격적이고 잔인한 기사를 내보낸다. 가족을 상대로 비열한 짓을 버린 그가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걸 가마슈는 언제 알게 될까?

 마들렌을 죽인 범인을 찾는 이야기와 동시에 가마슈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경찰 조직과의 대결을 그린다. 범인은 마들렌이 암이 재발하여 곧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른 채 죽였다. 가마슈는 마을 사람들과 마들렌의 관계를 조사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읽는다. 마들렌은 암에 걸렸지만 주변을 빛내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마음엔 애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가마슈는 마들렌이라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놓치지 않는다. 금세 사라질 옅은 그림자라도 말이다.

 ‘그는 감정을 모았다. 그리고 정서를 수집했다. 살인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살인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한 행동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 지점에서 모든 일이 출발하기 때문이었다. 한때는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웠던 감정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기괴한 모습으로 변한다. 감정의 주체를 집어삼킬 때까지 비틀리고 부패한다. 결국 인간성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142쪽

 초반에 등장인물을 전부 소개하는 과정이 조금 지루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지점을 넘기면 소설 속 무대와 배우를 모두 그릴 수 있다. 그것이 루이즈 페니의 특징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인간의 내면이라는 것도 함께 말이다. 루이즈 페니의 소설은 아주 세련된 감성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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