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울음을 꺼내 어루만지다
내 안의 울음을 꺼내 어루만지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6.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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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시집<사랑도 어느날 수리된다>

 "강 옆에서 물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
 
[북데일리] 안 현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창비.2014>에 실린 시의 일부분이다. 활달하고 독특한 어법을 구사해 자신만의 시세계를 펼쳐 온 시인의 이번 시집엔 강파른 현실을 보듬어 안으며 삶의 건강함을 50편의 시에 담아 보여준다. 그녀의 삶과 사람에 대한 사랑은 진솔해서 따듯하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두개의 음악을 가지고 있다/ 들숨과/ 날숨!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시 쓴다 운에는 울고 율에는/웃자 그리하여 실천으로 우리의 운율은 울음이 되고 웃음/이 되고 종내에는 음악이 되고 시가 되고 밥이 되고 법이 /되고 사랑이 된다. 음,파,음,파 우리는 숨 쉬자/기억하자."('정치적인 시')부분
 
 '들숨'과 '날숨'을 다르게 표현하면 '호흡'이다. 낮과 밤을 따로 사는 시인에게서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시인의 호흡은 생계를 책임진 치열함이어서 음,파,음,파 하는 호흡법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다. 삶의 파랑은 시의 행간마다 숨어 있다.
 
 "야근해, 가 아니라 야해, 라고 답하고 싶지만/ 나는 오늘도 야근해/ 뼈, 뼈, 뼈/아픈 불혹이야/ 왜 자꾸 우는 것이냐?/ 밀린 일기 글 쓰듯 밀린 마음을 기록하고 싶어요/ 다른 차원의 시간을 찾을 수 있게/ 다른 얼굴의 시간이 찾아올 수 있게."('사랑도 없이')부분
 
 삶이란 누구에게나 다 녹록치 않듯 시인에게도 예외는 없다. 야근, 뼈, 불혹 이라는 말에 불행을 감지할 만큼 그녀는 안온할 틈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린 일기를 쓰듯 마음을 기록하고 싶어 한다. 오죽하면 시를 쓸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시를 쓰는 걸까. 사랑이 없어서? 라고 반문하다. 그래 '사람'은 '삶'이니까가 떠오른다.
 
 "봄이나 기다리며 생을 낭비/ 하자던 약속 같은 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나 버려줘요./ 우리 모두 미래의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들이란 누나의 말은 함께 수리해서 쓸게요/ 누....나....누.....나/p.s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해야만 한다. 끝날 줄 알면서도/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이별수리센터-p에게)
 
 사랑도 물건처럼 재활용이 가능할까. 이별도 사랑도 버리면 끝난 줄 알았다가 다시 시작해야 사랑도 수리된다는 '이별 수리 센터'의 발상이 웃음소리처럼 신선하다. "인생이란 원래 뭘 좀 알아야 살맛나는 법"을 그녀는 알아차린 것일까.
 
 "여자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혼자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혼자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람은 불어오고/ 또다른 국면에서는 미늘에 거린 물고기들이 죽음을 향해 튀어 오르고 있습니다//(중략)//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도 반짝입니다/ 모든 오해는 이해의 비늘입니다/ 아픈 이마에선 눈물의 비린내가 납니다/ 생각해 보면 천국이 직장이라면 그곳이 천국이겠습니끼?/ 또다른 국면에서는 사랑도 직장처럼 변해갑니다/사,라,합,니,다/ 이응이 빠진 건 눈물을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첫사랑을 빌려 읽기도 합니다."(눈물의 입구')부분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시인은 '일만 몸에 밴' 게 아닌가.  자신의 옆구리 어디쯤 울음주머니 하나를 달고 사는 걸까.  여러 개의 울음을 꺼내 상처를 어루만진다.  '모든 오해는 이해의 비늘'이고 눈물을 빠뜨린 바다는  더 이상 슬프지 않다. 그녀의 삶과 시는 닮았기에  '눈물의 입구'는 아름다울 수밖에.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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