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은 궁중심리 따라쟁이
<데미안>은 궁중심리 따라쟁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19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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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읽는 경제 상식

  [북데일리] 경제학은 어렵다. 일반인에게 경제 원리는 낯설다. 여기 소설로 경제학을 배우는 책이 있다. 박병률의 <경제학자의 문학살롱>(한빛비즈. 2014)은 스토리와 함께 경제 상식과 원리를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기회비용, 세계 대공황, 거래비용, 훌륭한 CEO의 조건 등 경제용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저자가 선택한 책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같은 고전과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 등 한국문학,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 라이언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까지 모두 36권이다. 정말 이 책 속에 경제 원리가 숨어 있었단 말인가? 읽으면서도 놀랐던, 재미있었던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영화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의 미국이다. 세계 대공황이었던 시절 개츠비는 금주법, 도박, 증권을 이용해 돈을 모았다. 5년 전의 데이지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의 사랑이라니, 저자는 이 개츠비의 사랑을 ‘매몰비용’으로 정의한다. 이미 써버려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 말이다. 그러니까 경제학에서 과감히 잊어야 하는 매몰비용처럼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집착도 잊어야 옳았던 것이다.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란 구절로 더 익숙한 <데미안> 에서는 ‘동조효과’를 설명한다. 군중심리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싱클레어에게 분명한 자기 세계가 있는 데미안은 위대한 존재다. 그러니 싱클레어는 집단과 개인에서 갈등한다. 동조효과를 거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데미안> 은 집단주의에 익숙해 무조건 대세를 따르는 우리는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재독, 삼독이 좋은 이유는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저자가 경제학의 시선으로 문학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알퐁스 도데의 <별>과 김유정의 <봄봄>에 대한 해설은 무척 흥미롭다. 아름다운 주인 아가씨를 향한 순수한 목동의 사랑을 그린 <별>에서 저자는 주인 아가씨의 미모에 주목한다. 좋은 외모로 인한 경제적 혜택에 대한 통계로 좋은 외모, 평균 외모, 평균 이하의 외모 순으로 5~10% 소득이 차이가 난다는 경제학자 맨큐의 ‘외모 프리미엄’을 소개한다. 면접 점수를 위해 성형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현실과 맞닿는 부분이다.

 김유정의 <봄봄>에서는 불공정거래가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주인집 딸 점순과 혼례를 목표로 열심히 일한다. 문제는 주인이 내건 점순의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점순과의 혼례라는 거래를 할 때 점순의 키가 아니라 점순의 나이다. 불공정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다.

 ‘혼례의 조건은 점순의 키였다. 점순의 키는 통 자라지 않는다. “내가 크질 말라고 했냐?”는 장인의 말에는 할 말이 없다. 하염없이 점순의 키만 자라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그러려니 이번에는 법이 발목을 잡는다. 농사가 한층 바쁠 때 일을 안 한다면 토지 소유자에 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감옥살이를 할 수 있단다. 일을 해봤자 이득은 없는데 안 하면 벌을 받는다.’ 300쪽

 한 권의 책으로 재미와 상식을 얻는 얻을 수 있다. 문학과 경제라는 조합이 만들어낸 멋진 하모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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