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과 책임' 생각하게 하는 소설
'부양과 책임' 생각하게 하는 소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19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힌턴 미스티리의 <가족 문제>

 [북데일리] 로힌턴 미스티리의 장편소설 <가족 문제>(아시아. 2014)는 제목처럼 한 가정의 이야기다. 파킨슨 병에 걸린 아버지의 부양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을 들을 수 있다.

 배우자를 잃은 노년의 삶은 서글프다. 거기다 몸까지 아프면 절대적으로 자녀에게 의존해야만 한다.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주인공 나리만이 그러했다. 젊은 시절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탓에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집안에서 정해주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 사별한 남편 사이에 남매를 둔 아내와 살면서 딸 록산나를 낳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아내가 죽고 친딸은 결혼했지만 의붓 아들 잘과 딸 쿠니는 나리만과 행복의 성이라는 이름의 아파트에서 함께 산다. 그러다 파킨슨병을 앓는 나리만이 다리 골절을 당해 자식들의 수발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되자 의붓남매은 동생에게 맡긴다. 결혼할 때 집을 장만해줬다는 이유로 말이다.

 짐이 된 기분을 애써 감추며 나리만은 록산나의 작은 아파트로 옮긴다. 오로지 침대에 누워 대소변을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나리만은 과거 연인 루시의 꿈을 꾼다. 예자드는 그런 장인과 함께 살고 싶지 않지만 드러내지는 못한다. 힘들어도 3주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삶이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버스처럼 말썽을 부린다. 가족이 늘었으니 생활비는 부족하고 설상가상으로 행복의 성엔 천정이 무너진다. 의붓아버지를 데려오지 않기 위해 쿠미가 꾸민 일이다. 그러나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불편함과 의붓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있다.

 대학교수였던 시절, 좋은 가문의 아들이었던 시절은 과거다. 나리만은 그저 늙고 병든 노인일 뿐이다. 자녀들의 집을 오가며 살아야 하는 나리만. 그런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딸 록산나, 아내를 위해 생활비를 늘리려고 도박에 손을 대는 예자드,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돈을 받고 과제 검사를 눈 감아 주는 아들, 모두가 가족을 위해 선택한 일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인생을 과소평가하지. 재밌는 건 당신 인생, 내 인생, 늙은 후사인이 인생 같은 우리 얘기가 결국 모두 같다는 거야. 사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중요한 이야기는 단 하나야. 젊은, 상실, 구원에 대한 열망이지.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야. 세부 내용만 다를 뿐이지.” 294쪽

 가족을 위한다는 일이 가족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나리만으로 인해 가족들은 하나가 되기도 하고 와해되기도 한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소재로 했기에 많은 부분 공감이 갔다. 하지만 <적절한 균형>으로 만난 로힌턴 미스티리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위트와 유머가 넘쳤지만 그 안에 담긴 냉철한 비판과 사유는 찾기 어려웠다. 때문에 누군가는 이 소설이 인도의 실상을 대해, 사회적 모순에 대해 말하는 소설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내게는 제목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 문제’로 남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