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꼬집는 중학생들의 재기
세상을 꼬집는 중학생들의 재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15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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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 오사무의 <우리들의 위험한...>

 [북데일리] 사춘기엔 가족보다 친구가 좋다. 소다 오사무의 <우리들의 위험한 아르바이트>(양철북. 2014) 주인공 에이지도 마찬가지다. 아픈 아빠를 대신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히로시 소식을 듣자 바로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당찬 여학생 구미코, 에이지를 좋아하는 히토미, 뭐든 앞장서 도맡는 도루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다 같이 돈이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우정을 위해 똘똘 뭉친 2학년 1반 아이들은 ‘심부름 센터’와 어른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발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부모에게 아이들이 위험에 빠질지 모르니 서쪽에 계신 신령님께 가르침을 구하라는 불행의 편지를 보낸다. 자식을 위한 마음을 이용한 것이다. 장소를 빌리고, 목소리를 위조한 아이들은 이미 걱정을 알고 있기에 가짜 신령이 된다. 아이들의 미래, 남편의 바람기, 사업 문제, 어느 집이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 신령님 이 된 구미코가 다 잘 될 거라는 식으로 안심 시킨다.

 아이들의 활약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안전보장협회’를 구성하고 회원들의 일을 도와준다. 첫 의뢰는 후배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변태 영어 선생님에 대한 일이다. 엉터리 영어 실력을 공개해 망신을 주고 혼을 내준다. 그러는 사이, 결석했던 히로시가 학교에 나오고 심부름 센터에 일을 하기로 한다. 고양이 산책, 아이 돌보기, 과외 등 별의별 일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람피는 남편의 현장을 잡아달라는 구미코 엄마의 일이다.

 히로시는 친분이 있는 세가와 할아버지와 함께 미행을 하면서 친구들이 자신을 위해 이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음을 알게 된다. 친구들이 자신을 불쌍한 아이로 본다고 생각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세가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이들의 진심을 확인한다.

 “다들 너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 해. 그게 우정이라는 거다. 네가 그걸 거부한다는 것은 친구들을 거부한다는 뜻이야. 그래도 괜찮으냐?” “하지만 이러면 나는 친구들한테 빚을 지는 거잖아요.”

 “속 좁은 소리 하지 마라. 빚은 언제든 갚으면 돼. 반드시 갚을 날이 올 게야. 그때까지는 그냥 마음에 묻어 둬” “나도 친구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있고말고. 그보다 친구들한테는 네가 필요해. 어떻게든 네가 다시 학교에 나오기를 바라고 있단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열심인 거야. ” (103~104쪽)

 그러다 구미코의 아빠가 어떤 아파트에서 도망치듯 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구미코 아빠가 만났던 여자가 살해당했다는 일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히로시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일로 커졌다. 구미코의 아빠가 만났던 여자는 유명한 정치인과 연관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건에는 분명 대단한 배후가 있다는 증거다. 구미코의 아빠가 사업을 하는 도중에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주고 그들의 정치적 약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를 위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에이지와 친구들은 구미코 아빠를 위험에서 구하고 폭력과 결탁한 정치를 세상에 고발한다.

 재치 넘치는 중학생들의 활약을 통해 어른들이 만든 세상을 통쾌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마냥 재미있게 읽고 있을 수 없다. 소설 속 일본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존재일까? 그러니 어른들은 본을 보여야 한다. 중학생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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