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음에 대한 섬세한 묘사
여자의 마음에 대한 섬세한 묘사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1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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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야 리사의 <불쌍하구나?>

[북데일리] <불쌍하구나?>(시공사. 2013)은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잘 알려진 와타야 리사의 책이다. 표제작 「불쌍하구나?」는 연애를 하는 동안 벌어지는 감정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쥬리에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남자친구에게 모든 걸 맞춘다. 직장에서는 판매 실력도 좋고 후배들에게도 멋진 선배지만 류다이 앞에선 여리고 약한 척한다. 류다이의 전 여자친구 아키요 때문이다. 류다이는 아키요가 직장을 얻을 동안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겠다고 통보한다. 어떤 여자가 애인의 과거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했던가. 쥬리에는 류다이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류다이가 미국에서 왔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라고 인정하려 노력한다. 아키요도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키요는 구직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류다이는 점점 연락이 뜸하다. 불안한 쥬리에는 끝을 내기로 한다. 헤어질까 두려워 참았던 말들을 다 토해낸다.

 ‘불쌍하니까 도와줘야지, 하고 스스로를 속였을 때의 가짜 같은 내 모습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좋다. 지금이라면 ‘불쌍하다’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 것 같다. 상대를 동정하기에 발동하는 동정심은 역시 어딘가 추하다. 모두들 타인에게 조금 더 진한 자비심을 원하고, 자신에게도 진한 자비심이 싹틀 가능성을 믿고 있다. 어려운 사람은 있어도, 불쌍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쌍하구나?」, 166~167쪽)

 「불쌍하구나?」가 사랑 앞에 나약해지는 여자의 심리를 아주 잘 포착한 반면 「아미는 미인」은 여자들의 미묘한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사카키에겐 뛰어난 미모를 지인 친구 아미가 있다. 둘은 언제나 함께 다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쪽은 아미다. 사카키는 그런 상황이 싫지만 딱히 표현하지 않는다. 사카키의 내면에는 아미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다. 대학에 가고 직장에 다니면서 조금씩 거리를 둔다. 아미가 누가 봐도 말리고 싶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하자 말리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아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식장에서 행복한 아미의 모습을 통해 아미가 얼마나 고독했는지 알게 된다.

 ‘강렬한 갈망, 손에 넣고 싶은 욕망, 아미는 타인의 그런 감정에 항상 노출되어왔다.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항상 그녀를 원했고, 만나고 싶어 했으며, 그녀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존재였다. 나는 그저 부러워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그 이면에서 아미가 얼마나 큰 고독을 끌어안고 있었는지.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 왕처럼,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한다면 호의 없는 차가운 눈동자가 바로 보석일지 모른다. 강렬한 빛이 쏟아지는 무대에 서면, 관객이 몇천 명이라 해도 어두워서 그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아미는 미인」, 274쪽)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많은 여성 독자들이 그녀의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다. 세상을 향해 대신 시원하게 펀치를 날려주는 와타야 리사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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